'아이팟'의 성공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과 지난 4월 위기에 빠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새 사령탑에 오른 조너선 슈워츠 최고경영자(CEO).

두 사람 모두 세계 정보기술(IT) 산업계의 선두주자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업무 스타일은 정반대다.

잡스 회장이 시시콜콜한 일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비밀 중시형'인 데 반해 슈워츠는 미국 주요 대기업 CEO 중 유일하게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정도로 '정보 공개형'이다.

잡스의 비밀주의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휴렛팩커드(HP)가 2004년 애플과 제휴를 맺고 아이팟에 'HP 로고'를 새기기로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애플은 신모델 출시 전날까지도 HP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결국 HP는 파트너에게 '뒤통수'를 맞았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휴 관계를 끊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지만 신제품 개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애플이 맥PC의 CPU(중앙처리장치)를 IBM에서 인텔 제품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한 지난해 6월.잡스 회장은 무려 5년간 비밀 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회사 기밀 누설자에 대해서는 해고는 물론 법정 소송까지 불사한다.

최근 애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블로그에 대해 소송을 내기도 했다.

애플은 이 같은 비밀주의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제품이 나올 때까지 철저히 정보를 감춤으로써 고객들의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것.마이크로소프트나 HP의 신제품이 유명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일은 드물지만 잡스가 아이팟이나 맥PC를 들고 있는 사진은 종종 실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슈워츠는 대기업 CEO로서는 드물게 개인 블로그(blogs.sun.com/jonathan)를 적극 활용한다.

그의 블로그는 월평균 접속이 약 40만건에 달한다.

지난 5월 회사 사정이 어려워 직원 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슈워츠는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그들(해고 대상 직원들)은 모두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가족이다.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면) 그들을 다시 고용하고 싶다"고.풀 죽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려는 시도였다.

직원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 직원은 슈워츠가 블로그에 써놓은 글을 읽고 밤 늦게 전화해 '주주들의 소송으로부터 회사를 방어하는 법'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슈워츠의 블로그는 직원들뿐 아니라 고객이나 주주들과의 의사소통 수단 역할도 한다.

호스타사우루스라는 소규모 웹호스팅 회사를 경영하는 데이비드 허바드씨.그는 얼마 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구매 주문을 냈다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문 금액이 소액이어서 그런지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구매 상담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는 것.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블로그에 올렸고 얼마 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대변인은 '사과성' 발언을 했다.

슈워츠가 블로그를 처음 개설한 때는 2004년 6월.그는 블로그에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며 고객이나 직원들의 댓글에 대해서도 개방적이다.

고객들의 불평 불만이 임의로 삭제되는 경우는 없으며 CEO나 회사 정책을 비판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직원도 없다.

슈워츠는 직원들에게도 자신만의 블로그를 갖도록 권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