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에 태풍을 몰고 올 산별노조시대에 노사현장이 안정을 찾기 위해선 노동계와 재계 정부 모두가 현재의 교섭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현재의 산별교섭 관행으로는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이중 삼중의 교섭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처럼 노조사무실을 공장 밖으로 옮기고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을 금지한 뒤 교섭관행도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경 7월1일자 A1,5면 기사 참조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산별교섭체계는 교섭기간만 늘리는 모순 덩어리"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지는 중층적 교섭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별교섭이 되면 외부 산별대표들의 공장 출입도 철저히 통제해야 하고 노조위원장(지회장)도 과거의 권한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 노동계는 정치세력화에 초점을 맞춰 산별전환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외국처럼 지회장을 산별노조 본부에서 임명해야 진정한 산별체제가 정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도 "산별노조들이 내부문제에 대해 조율이 되지 않은 채 본부 지부 지회별로 따로 협상을 벌여 교섭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교섭체계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산별교섭이 확대된 상황에서 노조도 사측과 타협해야 한다"며 "특히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사측이 노동력활용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연구위원은 "산별교섭은 사업장 내 노조 권한의 약화를 뜻한다"며 "노조도 기업별 권력과 외부의 추가적 권력을 모두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사측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기 교수는 "산별교섭이 정착되려면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총 등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노조사무실 공장 밖 이전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며 "종전처럼 애매하게 대응하다간 노동계의 막무가내식 파업으로 생산현장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어정쩡한 태도에서 벗어나 노조의 바람직한 책임과 역할 등을 지속적으로 주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격적인 산별교섭은 노동계가 산별노조를 정식으로 출범시켜야 이뤄지게 된다.

현대차 노조 등이 산별전환을 투표로 결정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산별노조의 교섭방식과 교섭의 적용범위 등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민주노총의 금속노조를 사례로 들면 금속노조라는 이름으로 단일화해 협상에 나설 수도 있고 자동차업체 등의 업종별 형태, 사무직이나 생산직 등의 직종별 형태로 협상을 벌일 수도 있다.

이번에 산별로 전환한 노조들은 내년에 산별교섭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