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떨어지는 기능 중에 가장 문제되는 것이 '항상성'(恒常性)이다.

조금 많이 먹거나 적게 먹어도,조금 덥거나 추워도,여행을 하면서 시차가 생겨도 곧 적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신체의 '항상성'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항상성이 떨어져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노인들이 사고를 많이 당하거나 질병이 늘어나게 된다.

노인들에게는 상황이 악화될수록 '항상성'을 잘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노인 건강관리의 첫 번째 원칙은 '일상생활의 규칙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수면 시간과 식사 시간이 중요하다.

수면은 일정 시간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들고 깨는 시간을 가능한 한 1년 내내 일정하게 지켜주는 게 몸에 좋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시차가 수시간 이상 나는 해외 여행은 신체의 리듬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몸이 좋지 않거나 무더울 때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하고 여름에는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더워지게 되면 혈액순환이 피부에 많이 집중돼 소화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과식은 위장관에 탈이 나도록 만들 가능성이 많다.

밥맛이 잘 나지 않는 더운 여름에 소화기계의 고장까지 동반되면 체력이 뚝 떨어져 열사병이나 냉방병 같은 여름 계절병에 걸릴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두 번째 건강관리 원칙은 무더위 노출을 가능한 한 삼가고 물을 충분히 마시라는 것이다.

대체로 낮 기온이 32도가 넘어갈 때는 외출이나 외부 운동을 삼가고 밤 기온이 28도를 넘을 때는 냉방을 하는 것이 좋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냉방시설이 여의치 않은 곳에서는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땀이 나는 이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탈수로 인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나이가 들게 되면 탈수로 인한 갈증반응이 줄어들기 때문에 땀이 날 정도가 되면 마시기 싫지 않을 때까지 물을 미리미리 마셔두는 것이 필요하다.

소금 섭취는 탈수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탈수 증상이 있을 땐 빠른 수분 섭취를 위해 스포츠 이온음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더워도 일주일 이상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의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

한참 더울 때는 시원한 곳에서 실내운동을 하거나 저녁이나 새벽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에서 가벼운 복장으로 체조나 걷기 등으로 약하게 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여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 무더운 여름인가'라는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손자들을 만날 수 있고,강가로 가족들과 나들이 할 수 있고,맛있는 과일들을 맛볼 수 있는 여름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위의 두 가지 처방을 잘 따른다면 이번 여름은 '더위'를 즐기는 계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비룡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