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權錫 < 기업은행장 kskang1@ibk.co.kr >

'작은 거인' 장정이 미 웨그먼스 LPGA 최종 라운드에서 생애 두 번째로 우승컵을 안았다.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지난 5월 기업은행이 장정 선수의 스폰서가 된 후 첫 우승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장 선수가 나무랄 데 없는 골퍼임에도 불구하고 스폰서가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는 한완상 총재의 말에 기업은행이 장 선수의 스폰서가 되기로 했다.

작은 체구에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미 LPGA 무대에 당당하게 선 장 선수의 이미지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극심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는 것과 꼭 들어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 2개월 만에 장 선수는 값진 우승으로 많은 중소기업인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장 선수와 후원계약을 체결하고 얼마 후 함께 라운딩할 기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스물여섯의 자그마한 낭자에게선 배울 점이 참으로 많았다.

우선 그녀는 잔재주보다 기본기가 잘 다져진 골퍼였다.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그야말로 교과서에서나 봄 직한 모범적인 스윙을 구사했다. 둘째 장 선수는 스윙의 중심이 잘 잡혀 있었다. 백스윙에서부터 팔로스윙에 이를 때까지 장 선수의 스윙 축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끝까지 볼을 보면서 정확한 타격으로 멋진 샷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흔들림 없는 중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장 선수는 밝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린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대단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조차 샷이 난조를 보이면 클럽을 내던지곤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장 선수는 달랐다.

위기의 순간 퍼팅을 놓쳤을 때라도 일순 아쉬운 기색을 보이지만 이내 특유의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이처럼 탄탄한 기본기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품이 작은 키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계 무대에서 '작은 거인'으로 우뚝 서게 한 발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기업 경영이나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현란한 잔재주는 시간을 두고 꾸준히 다져온 기본기를 이기지 못한다. 환경이나 여건이 변했다고 해서 시류에 야합(野合)하고 부평초처럼 이리 저리 밀려다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위태롭기까지 하다.

뚜렷한 가치관과 철학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고 차근차근 기본기를 다진 후에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정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며 좌절하지 않고 늘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이어가야만 한다.

그동안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그때마다 우승컵을 거머쥔 동료에게 샴페인을 가장 많이 터뜨려 주었던 장 선수의 밝고 적극적인 자세에서 그런 쉼 없는 도전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