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버빈스키감독의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는 기존 해적영화를 교묘하게 비튼 팬터지액션영화다.

틀에 박힌 양민과 해적의 대결이 아니라 해적 내부의 문제를 조명했다. 또한 익숙한 보물찾기 모험극을 벗어나 사랑과 자유를 향한 드라마로 꾸며졌다.

주인공 해적은 절도있고 자신감에 넘치는 영웅이 아니라 취한듯 멍한 표정에 이기적인 속물이다.

그러나 롤러코스터 같은 등장인물들의 여정은 액션과 팬터지,코미디를 넘나들며 관객들을 흡인한다.

여러 장르가 이처럼 솜씨 좋게 배합된 영화는 흔하지 않다.

1편 '캐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에서 부하 선원들의 반란으로 빼앗겼던 배를 되찾았던 잭 스패로 선장(조니 뎁)은 이번 속편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에서 유령선과의 악연에 시달린다.

바다의 제왕인 유령선 선장은 잭의 영혼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추격한다. 여기에 평범한 남녀가 끼어들고 동인도회사의 야욕이 개입되면서 이야기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플롯이 이처럼 복잡하게 꼬인 것은 극히 드물다.

극중 잭은 자유를 원하고,두 연인은 사랑의 완성을 바란다. 동인도회사는 바다의 패권을 열망한다.

등장인물들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며 또한 뉘우친다. 금은보화에 관한 에피소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일반 해적영화와 다른 양상의 이야기는 시각적 쾌감을 주는 화면으로 전달된다.

기묘하게 생긴 식인종,'문어인간'을 연상시키는 유령선 선장,조개와 물고기,게와 해초 등 온갖 해양생물들로 빚어진 유령선 선원들의 모습은 기이하면서도 흥미롭다. 거대한 문어모양의 괴물 크라켄과 선원들 간의 혈투는 박진감 넘친다. 등장인물들이 나무덩굴로 만든 '공(球)우리'를 굴리며 탈출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기존 해적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 조디 뎁의 연기는 흥미를 북돋우는 효소역할을 한다. 기묘한 표정과 행동거지는 영화 내내 관객에게 그의 정체성을 궁금해하도록 만든다.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으로 한순간 배신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용기를 발휘하는 모습에서는 기꺼이 '동일시'로 이끈다.

6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