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개각으로 EPB(옛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들이 전성 시대를 맞고 있다.

이번 개각으로 등용된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가 모두 EPB 출신이다.

여기에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도 EPB 출신인 걸 감안하면 당·정·청의 핵심 정책 포스트를 EPB 출신이 완전 장악한 셈이다.


옛 재무부 출신인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급식 파문 등으로 물러나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조사 등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퇴조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인맥)는 지고 EPB 라인이 뜬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약진하는 EPB 출신

EPB 출신 관료들의 약진은 이미 올초 개각 때부터 두드러졌다.

지난 3·2개각 때 EPB 출신의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내각에선 EPB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또 한명숙 국무총리 체제가 들어서면서 EPB 출신의 김영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발탁됐고 지난 2월 유시민 장관의 복지부 입성 이후엔 복지부 차관으로 변재진 전 기획처 재정전략실장이 옮겨 EPB 출신들의 외연을 확대했다.

어쨌든 이번 개각으로 각 부처에 포진하게 된 EPB 출신은 부총리 1명,장관급 5명에 이른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책실은 EPB 출신으로 라인업이 짜였다.

신임 변 정책실장부터 윤대희 경제수석,김대기 경제정책비서관이 모두 EPB 식구다.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지휘하는 정문수 경제보좌관과 노대래 국민경제비서관도 EPB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강봉균 정책위 의장이 EPB 출신인 걸 감안하면 당·정·청의 '빅3 정책 포스트'를 EPB 출신들이 다 잡게 된 것"이라며 "1994년 기획원과 재무부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된 이래 EPB 출신들이 이처럼 약진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퇴조하는 재무부 출신

EPB 출신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경제관료 사회의 또 다른 축인 재무부 출신들은 오히려 궁지에 몰리고 있다.

참여정부 전반기엔 김진표 부총리와 이헌재 전 부총리 등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경제부총리를 맡아 힘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며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게 관가의 분석.

최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현대차 비자금 파문으로 옛 재무 관료들이 주축인 소위 모피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다 보니 거시적 안목에 기획 능력을 갖춘 EPB 출신들을 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나친 쏠림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