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환율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계속된 금리인상에 가려있던 '약(弱) 달러'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제 외환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4년 6월 이후 열린 17차례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왔다.

고금리를 노린 국제 유동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었고,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메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은 금리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유럽과 일본은 이제 막 금리를 올리려 하고 있다.

미국으로 흘러들었던 국제 자금이 일본과 유럽 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미국 상품시장에서 막대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시장마저 '적자'로 전환할 경우 미국 달러가치는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시 세계불균형 문제

세계 경제의 최대 현안은 '세계 불균형'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문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계속 확대돼 2004년 6681억달러(국내총생산의 5.7%),2005년 8050억달러(6.4%)로 늘어났다.

미국의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내면 달러가치는 당연히 떨어져야 한다.

실제로 엔·달러환율은 2002년 119엔에서 2003년 106엔,2004년 103엔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달러가치가 계속 약세를 보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 FRB가 2004년 6월 연방기금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외환시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르자 국제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었고 달러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비웃으며 '강세'로 반전했다.

엔·달러환율은 지난해 117엔대로 1년 전보다 무려 14엔이나 상승했다.


○5월 이후 달러 약세 불거져

미국의 달러강세는 막대한 수입대금을 결제하고도 남을 만큼 빚을 해외로부터 끌어온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불균형은 더욱 악화되면서 문제가 깊어졌다.

미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는데도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는 이상 징후를 나타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기 직전이었던 1996년 2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으면서도 환율을 방어해 해외주식투자자금을 유치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권성태 해외조사실 차장은 '세계경제 불균형의 원인과 조정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것조차 곤란해질 수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1980년대 후반과 같은 대폭적인 달러 약세가 나타날 경우 대부분 국가들이 환율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고금리 효과가 상실돼 미국에 머물러 있던 국제자금이 유럽이나 일본으로 역류할 경우 세계경제가 급격한 침체(경착륙)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헨리 폴슨 신임 미국 재무장관이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이후 중국 등 아시아국가에 대한 절상 압박을 가할 경우 전 세계 환율이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