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스위스)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현대그룹 경영권의 위협 요소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쉰들러측이 현재 주식 시장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현대그룹의 우호 지분도 50%를 웃돌고 있어 현대엘리베이터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쉰들러의 한국 전진 기지인 쉰들러중앙엘리베이터 고위 관계자가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넘길 경우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권 인수 가능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경영 참여라는 당초의 지분 매입 목적을 넘어 한 발 더 나간 언급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식 시장과 업계 일각에서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를 분리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현대그룹도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쉰들러측의 '관심 표시'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다간 현대중공업과 벌이고 있는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 공방전에 이어 두 개의 경영권 방어 전선을 감당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엘리베이터도 경영권 위협?

현대그룹이 쉰들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그룹 지배구조 탓이다.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아산 현대증권 현대유엔아이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이 위협받으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최근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이 현대엘리베이터와의 중간 고리 역인 현대상선 지분 17.6%를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서자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던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쉰들러 변수'는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 지분 18.7%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쉰들러가 확보하면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는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현대엘리베이터 우호지분 분포를 들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개별 최대주주는 25.5%를 보유한 쉰들러이나 현정은 회장,김문희 여사,자사주 등 그룹 우호 지분이 모두 53.7%에 이른다는 게 근거다.

주목되는 쉰들러 회장 한국행

쉰들러는 지난 3월28일 KCC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하면서 '우호적인 매입'이라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도 과거 쉰들러와의 제휴 등을 고려한 적이 있어 우호적 관계를 기대했다.

하지만 양사 간 제휴 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서로 간 제휴 요청은 물론 교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쉰들러중앙엘리베이터는 저속 엘리베이터 부문에서,현대엘리베이터는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 부문 등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양측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올 가을로 예정된 쉰들러사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의 방한 목적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개별 최대주주가 된 후 첫 방한이다.

그가 현정은 회장과 회동해 경영 개입 등을 요구할지 관심이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로서 이미 공시를 통해 △이사 및 감사의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합병·분할 및 주식의 포괄적 교환과 이전 △영업과 자산의 양수나 양도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밝혀 놓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