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엘리베이터 업체인 쉰들러홀딩스(스위스)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쉰들러 한국법인인 쉰들러중앙엘리베이터의 고위 관계자는 3일 "쉰들러가 한국 시장에서 쉰들러중앙엘리베이터만으로 만족할 순 없다는 입장"이라면서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넘길 경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우호지분 포함한 총 지분율 53.7%)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질적인 2대주주(25.5%)인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에 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쉰들러는 지난 3월 지분 매입 당시 목적을 '경영 참여'로만 공시했다.

그러나 이날 이 관계자의 발언은 경영권 인수 의사까지 시사한 것이어서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를 분리 매각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쉰들러의 오너인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이 가을께 방한할 예정"이라며 쉰들러 회장이 이때 현대그룹과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현대그룹이 향후 내부 지분 정리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판다면 개별 최대주주인 쉰들러가 우선 매입권을 갖는다"고 강조하면서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에 관심을 나타낸 만큼 현대그룹이 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재 현대상선을 놓고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편 쉰들러는 2003년 국내 4위였던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합병해 '쉰들러중앙엘리베이터'를 출범시켰다.

지난 3월28일에는 KCC그룹으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전격 매입하면서 실질적인 2대주주(개별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쉰들러가 장기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을 대량 매입했다는 게 주식시장과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