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펀드 성적표는 지난해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증시가 연초부터 급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쳤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4월 들어 100포인트 가까이 올라가는가 싶더니 5월부터 급격한 조정을 받으며 한때 12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런 탓에 지난 6개월 동안 주식형펀드 중 4개만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펀드 운용에 애를 먹었다.

상당수 주식형펀드들은 코스피지수보다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덜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하락장에서 어떤 펀드가 수익률 방어 능력이 좋은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반기 증시 반등을 기대하며 알짜배기 펀드를 골라내는 데 상반기 성적이 좋은 참고가 되기 때문이다.

○대형주펀드 '판정승'

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식형펀드 중 수익률 상위권에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대거 진출했다.

지난해 '유리스몰뷰티'를 필두로 중소형주펀드들이 약진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수익률 1∼4위는 한국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 시리즈'가 휩쓸었다.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클래스A'가 3.23%로 수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한국부자아빠삼성그룹주식1'(1.58%) '한국골드적립식삼성그룹주식1'(0.88%) '한국삼성그룹주식형자(B)'(0.05%) 등이 나란히 그 뒤를 이었다.

이들 펀드는 삼성계열의 14개 우량종목에 분산투자하며 운용 방식이 거의 흡사해 수익률이 함께 움직이는 상품들이다.

5위를 차지한 삼성투신운용의 '삼성우량주장기클래스A'(-0.37%) 역시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CJ자산운용의 'CJ카멜레온주식1'(-1.15%),한화투신운용의 '골드코스피50셀렉트주식1'(-1.55%),삼성투신운용의 '삼성에버그린주식1'(-1.87%),미래에셋투신운용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2.04%) 등도 상반기 내내 수익률 상위권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냈다.

약세장에서 수익률 방어력이 좋은 배당주펀드들도 이름값을 했다.

우리크레디트스위스자산운용의 '프런티어장기배당주식1'(-1.30%)과 '프런티어배당한아름주식1'(-3.30%) 이 각각 7위와 14위에 올랐다.

○조정장에도 14조원 펀드 유입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주식형펀드 잔액은 39조9738억원으로 상반기 중 13조7954억원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증가액(13조119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에 비해 올 상반기 증시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적립식을 중심으로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온 셈이다.

상반기 펀드별 설정액 증가 상위 10위권에는 미래에셋계열 운용사의 상품이 6개나 올라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이 1조2149억원 늘어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주식K-1'(8050억원)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클래스A'(4564억원)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1'(4551억원) 등의 순으로 설정액이 많이 늘었다.

박현철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대형주 편입 비중이 높은 펀드와 배당주펀드,가치주펀드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적립식 가입자는 조정장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되므로 꾸준히 자금을 넣는 것이 유리하고 거치식의 경우에는 투자금의 일부만 환매했다가 적립식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고려할만 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