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쓰는 파우더,섞어 쓰는 마스크팩,직접 원하는 색을 조합해 만드는 립글로스….

DIY(Do it yourself)형 화장품이 인기다.

사용자가 얼굴에 바르기 직전에 갈고,섞고,배합할 수 있도록 '반(半)완제품'으로 나온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포장만 열면 곧바로 쓸 수 있는 완제품 화장품보다 사용하기 불편한 DIY형 화장품의 매출이 더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은 좀 더 신선하다는 느낌과 직접 만들어 쓰는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이 지난 2월 출시한 '오휘 그라인딩 파우더(4만8000원)'는 얼굴에 바르기 직전 갈아 쓰는 페이스 파우더다.

곱게 갈아져 나오는 같은 용량의 완제품 파우더에 비해 8000원가량 비싸지만 판매량은 매달 1만여개씩으로,완제품보다 네 배 이상 더 많다.

고체 파우더를 덩어리째 담아 출시한 이 제품은 용기 밑면에 달린 다이얼을 돌리면 즉석에서 갈린 분 가루가 나오도록 돼 있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통후추를 즉석에서 갈아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

조아라 LG생건 '오휘' 브랜드 매니저는 "완제품 파우더가 가루 날림이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 직전에 갈아 쓰도록 했다"며 "언제나 새 파우더를 쓰는 것 같다며 고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리아나화장품의 '자인 청열팩'은 한방 성분이 들어간 '탕약젤'과 영지 버섯 파우더가 각각 별도의 용기에 포장돼 있다.

이를 전용 볼(bowl)에 넣고 섞어서 얼굴에 발라야 한다.

지난 6월 선보인 이 제품은 방문판매 채널을 통한 구전 효과까지 가세하면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3개월치로 생산해 둔 초도물량이 한 달 만에 매진돼 급히 재생산에 들어갔을 정도다.

붙였다 떼기 쉬운 시트형 마스크팩보다 시간이 두 배나 더 걸리는 자인 청열팩이 이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까닭에 대해 최혜진 코리아나화장품 '자인' 브랜드 매니저는 "각각의 성분을 볼에 넣고 섞은 뒤 팩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이 고급 피부관리실(에스테틱)에 온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는 아예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립글로스,마스카라 등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배합해 만들 수 있는 DIY코너를 만들었다.

튜브에 담긴 여러 가지 색깔의 립글로스 베이스를 자신의 입술 색에 맞게 섞은 뒤,원하는 만큼 펄을 집어 넣어 '나만의 립글로스'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마스카라도 고객이 자신의 눈썹에 맞게 색깔과 농도를 조절해 만들면 별도 용기에 담아준다.

이 같은 DIY코너에서 고객이 각각 1000원씩 하는 튜브 베이스 서너 개를 조합한 뒤 2000원가량 하는 펄 첨가물을 집어넣기 때문에 립글로즈 하나의 가격이 5000원대가 된다.

에뛰드하우스 마케팅 담당자는 "저가 화장품숍에서 립글로스 하나가 보통 1000~2000원에 팔리는 것과 비교해 DIY코너의 객단가는 3~5배 정도 높다"며 "향기를 직접 블랜딩하는 향수숍도 연내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