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 이사회에서 미국 자동차를 대표하는 GM의 지분 20% 인수를 추진하는 협상을 승인(承認)했다는 소식이다. 이 자본 제휴가 성사되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를 아우르는 연간 판매량 1450만대의 거대 자동차 제휴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세계 1위를 노리는 도요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현대자동차 등 기존의 경쟁구도를 뿌리째 뒤흔들 일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글로벌 경쟁상황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다.

GM-르노-닛산이라는 거대(巨大) 그룹이 탄생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는 그만큼 어려운 경쟁을 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릴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GM이 중국 상하이차그룹과 제휴관계인 점까지 감안하면 중국시장에서의 경쟁 양상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대차가 GM대우, 르노삼성, 상하이차 계열인 쌍용차 등에 둘러싸인 모양새가 갖는 의미는 지금과는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잇따른 자본제휴, 인수합병 등을 통한 경쟁구도 변화는 자동차만이 아니다. 얼마전 세계 1,2위 철강사인 미탈과 아르셀로간 합병으로 세계적인 철강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철광석 업체들에 대해 가격 협상력이 제고되는 등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하지만 세계 4위 철강업체인 포스코로선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전자업계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LCD 가전 등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합종연횡은 지금도 쉴새없이 벌어지고 있다. 졸면 죽는다는 말이 딱 맞는 형국이다.

경쟁기업들이 규모 확장을 통해 글로벌 과점화(寡占化)를 시도하고 있는 이상 우리도 생존전략을 다시 짜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들로선 덩치키우기와 함께 적극적인 국제적 제휴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런 변화에 걸맞은 기업정책을 펴야 한다. 자동차 철강 전자 등은 우리 경제를 이끄는 주력산업들이고,이들 대표하는 기업들의 성과는 우리 경제 전체의 성과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규모를 키워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국내 시장만을 보고 각종 규제로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투쟁을 일삼는 노동계도 달라져야 한다. 위기의식을 갖고 기업경쟁력 향상에 적극 협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