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杉沃 <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경제지리학 >

기술혁신의 무한경쟁시대인 지식정보사회에서 세계 각국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앞다퉈 산업클러스터 정책을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의 핵심인 지식의 창출(創出)과 기술혁신이 세계의 주요 산업클러스터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신제품개발이나 신지식의 창출을 위한 총투자에서 직접적인 연구개발 활동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정도에 그친다.

우리나라 강남의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신제품개발을 위한 암묵적 지식의 원천으로 연구개발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정도라는 결과가 있다.

이는 암묵적 지식을 형식적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데,여기서 지식의 창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주체간의 공식적 및 비공식적인 교류와 협력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일정범위의 지역에서 다양한 경제주체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통해 암묵적 지식이 원활히 교류될 수 있는 산업클러스터가 지식창출과 기술혁신에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산업클러스터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특정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신지식의 창출,기술개발,생산성 향상 등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모형(模型)이 개발될 수 있다.

이는 21세기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각 지역의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역에 따라 차별화되는 클러스터정책의 추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산업클러스터정책의 일환으로 기존 산업단지를 혁신클러스터로 재편하는 정책이나 새로운 산업클러스터의 조성 등과 더불어 지역별로 전략산업 육성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지역전략산업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동일한 지역에서 다른 형태의 전략산업이 선정돼왔고,각 부처별로도 나름의 지역전략산업 육성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지역전략산업 선정에서 지역 경제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각 부처에서 선정한 전략산업이 중복된다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전략산업을 산업클러스터의 틀 속에서 육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각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다음 몇 가지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부존자원,문화,전통과 역사 등을 이용한 기존의 잠재력(潛在力)을 찾아내고 그 잠재력을 새로운 지식의 창출,기술개발,제품개발에 활용하는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한국의 우수한 정보통신 하부구조,교육열,다양하고 활기찬 인터넷 문화 등은 앞으로 국가 및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도시전문가들의 인터넷 연구활동을 통한 e-클러스터 형성,순창의 장류(醬類)산업과 같은 농촌지역의 가상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 등은 앞으로 한국적인 산업클러스터 발전을 위한 한 모형으로 커갈 수 있다.

셋째,한국적 모델을 정립하기 위해 세계 생산네트워크와 산업클러스터에서 대기업의 역할과 공간전략,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중소기업 간의 협력과 경쟁의 조화를 통한 혁신환경의 조성,네트워크 경제의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넷째, 공간적인 차원에서도 국지지역에의 산업클러스터뿐만 아니라 광역클러스터,더 나아가 국제적 차원의 클러스터로 확대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클러스터는 이제 한국의 산업정책과 지역정책에서 피할 수 없는 핵심정책이다.

지역의 경쟁력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창출되는 것이다.

성공적인 산업클러스터정책은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

/산업클러스터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