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바꾼 바로 다음날인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속앓이'란 표현을 쓰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전날 개각 등과 관련한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노 대통령은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인 장병완 차관에게 "기획예산처는 차관이 (장관) 대행으로 참석하신 겁니까"라고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오늘은 장관님들이 다 나오신 것 같네요"라며 "지난번 (내가) 국무회의를 주재할 때 차관님이 많이 나와 '대통령이 힘 빠져 차관들이 나온 것'이라고 신문들이 쓸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차관 대참이 많았다는 그런 말이 있어 지난번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헤아려 봤다"며 "오늘은 대통령이 나오니까 장관들이 다 나왔군요"라고 덧붙였다.

국무회의에 장관을 대신해 차관이 참석하는 것을 '레임 덕'현상과 연계시켜 한 '조크'성 발언이었다. 이어 한명숙 총리로부터 "국회가 끝나 장관들이 다 나왔다"는 말을 들은 노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어떻든 속이 아프니까 하는 얘기다.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이런 유형의 속앓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에게 공개된 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같이 언급한 것은 전·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육·경제부총리에 기용한 인사를 놓고 언론이 비판하자 유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그래도 좋은 일도 많이 있을테니 오늘 27회 국무회의를 다시 희망을 갖고 해보자"고 다짐하면서 회의를 시작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