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4.4%로 상반기 성장률(5.8%)보다 낮은 상고하저(上高下低)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는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올라 국내 경제가 경기 침체와 물가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단계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이 하반기에 둔화되겠지만 연간으로는 5.0%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민간 연구소들은 하반기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한은,5% 성장전망 유지

한국은행은 1,2분기 평균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1.1%였으나 하반기에는 0.9%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연간으로 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반기에 성장 모멘텀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전반적으로 경기상승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의 경기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은과는 달리 민간 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5%에 미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로 보고 있으며 LG경제연구원은 4.7%,현대경제연구원은 4.5%,한국경제연구원은 4.6%로 예상했다.

민간 연구소들의 전망치가 한은보다 0.2~0.4%포인트 낮다.

올해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 0.9%(전분기 대비)에 대해서도 '상승 기조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0.9%라는 것은 잠재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한은의 전망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하반기 경기는 침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본격화되나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히려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증상이 하반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물가는 상반기 2.4%에서 하반기 2.8%로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특히 석유류·농산물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상반기 1.8%에서 하반기 2.8%로 뛰어오를 것으로 우려됐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한은이 통화 정책을 운용하는 데 기준이 되는 물가 지표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경기 둔화'가능성보다는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는 선제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추가 투입을 통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려는 재정경제부와 물가 안정을 내세우는 한국은행의 충돌이 예견되는 부분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