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들이 줄줄이 일본 자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자스닥으로 달려가는 업체가 한 둘이 아니다.

국내 2위 게임업체인 넥슨을 비롯해 중견 게임업체 4,5개가 오래 전부터 자스닥 상장을 준비해왔다.

이 중에는 주간사 선정까지 끝내고 상장심사를 준비 중인 업체도 있다.

게임업체들은 왜 앞다퉈 자스닥 상장을 시도하는 걸까.

보다 큰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다른 돌파구를 찾는 측면이 강하다는 게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게임업체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게임 3개 이상을 서비스해야 하고 2년 이상 이익을 내야 한다.

그런데도 상장 후 주가가 자스닥에 비해 훨씬 낮게 매겨진다는 게 게임업체들이 코스닥을 외면하는 이유다.

한국산 게임 '라그나로크' 서비스 업체인 일본 겅호온라인은 비교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지난해 매출 466억원(56억7000만엔)을 올린 겅호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한때 5조원을 돌파했다.

주가가 떨어진 지금도 3조2000억원(4000억엔)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매출 496억원을 기록한 한빛소프트의 시가총액은 4일 현재 1641억원,매출 845억원을 올린 CJ인터넷의 시가총액은 5617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NHN재팬의 천양현 대표는 "한국과 일본이 시장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기대 매출도 다르기 때문에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가의 특성상 일본에 상장한 기업의 가치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대한 증권계의 이해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코스닥 상장을 시도해본 게임업체들은 증시 관계자들의 무관심,상장 주간 증권사의 몰이해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한 게임업체 사장은 "게임업체라면 한두 번은 상장을 생각해보게 마련인데 증권 관계자들을 만나고 나서 뜻을 접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 시장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윈디소프트가 코스닥 상장에 실패하면서 게임업체들의 나스닥 직행 발걸음이 빨라졌다.

'겟엠프드'라는 아케이드게임을 서비스하는 윈디소프트는 캐주얼 게임으로는 드물게 단일 게임으로 서비스 3년째인 지난해 매출 250억원을 올리며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단일 게임이란 리스크가 부각돼 탈락했다.

2003년 단일 게임 '뮤'로 상장한 웹젠의 그늘이 컸다.

웹젠은 당시에는 주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지만 상장 후 차기작을 내놓지 못해 주가가 계속 떨어졌다.

'단일 게임 업체'를 기피하는 풍조는 여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슨 이재교 홍보실장은 "일본은 확실히 게임에 대한 주식시장의 이해도가 높고 더 높은 가치를 매겨준다"며 "아직 어느 곳으로 갈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겅호온라인 등의 사례를 볼 때 게임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자스닥이 더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