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투자유치를 전담하는 통합기구가 없으며 홍보,인허가 업무 등이 해당 기관별로 분리 운영돼 원스톱 서비스가 불가능하며 투자유치 사업은 단지 행정지원 서비스에 그칠 뿐이다."(인천 경제자유구역청 보고서)

"(송도의)국제업무단지 조성 사업을 하는 데 거쳐야 할 곳이 워낙 많다.

사실상 멀티스톱 서비스 체제인 탓에 투자 유치 및 개발 사업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송도지구 사업시행자인 게일 인터내셔널 관계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경제자유구역 출범 3주년을 맞아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동북아 경제허브로서 경제자유구역의 발전전략'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려면 우수 인재 확보와 규제 철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적인 기업들을 경제자유구역에 유치하려면 먼저 국내 대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외국에 비해 경쟁력 떨어져

현재 인천과 부산·진해,광양만권 등 3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돼 있다.

인천은 송도 청라 영종 등 3개 지구에 6336만평이며,부산·진해는 3171만평,광양만권은 2733만평 크기다.

인천은 현재까지 13개 기업과 148억달러 규모의 투자 본계약을 체결했다.

부산·진해에는 12개사가 29억2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광양만권에는 10개사가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와는 달리 외국 기업들이 경제자유구역을 외면하는 추세다.

각종 규제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제자유구역 출범 당시 내세운 청사진과는 달리 3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유치를 발목잡는 규제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송도지구의 핵심 프로젝트인 국제업무단지의 경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이 제한돼 있다.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이 제조 물류 관광업으로 국한돼 있고,건설 무역 금융 등 국제업무 도시 건설에 필요한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은 제외돼 투자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청라지구는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취득 등록세를 다른 지역보다 3배나 많이 내야 한다.

부산·진해나 광양만권은 외국인 기업이 들어오고 싶더라도 당장 입주할 용지가 없거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초 지사과학단지 분양이 끝난 부산·진해의 경우 화전지구 조성이 마무리될 2008년 말께야 산업 용지를 새로 공급할 수 있다.

광양만 권에서도 기업이 들어설 수 있는 산업단지 용지는 율촌 제1지방산단 계획용지 277만평 중 현재 조성 중인 23만평뿐이다.

이곳도 입주 희망 업체가 있을 경우 성토 작업을 거쳐 분양하고 있지만 당국은 예산 부족으로 오폐수 처리 시설 등 각종 기반 공사를 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산업단지 인·허가에만 8개월 이상 걸리는 '늑장 행정'의 탓이 크다.

상하이와 두바이의 경우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스테펜 W 브라임 IBM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회장은 "한국이 IBM과 같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규제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자유구역청의 권한이 제한적인 것도 문제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은 최근 8개월 동안 23개 기관과 협의한 끝에 여수 화양지구 관광단지의 개발계획 승인을 받았다.

개발계획 전권을 쥐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하고 전폭적으로 행정 지원을 하는 중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을 회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수 인재 확보가 관건

브라임 부회장은 한국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부분으로 혁신산업 투자 유치가 저조하다는 점과 우수 인재의 부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지식산업에 네 번째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액은 다섯 번째로 많다"며 "반면 한국 내 혁신산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규모는 일본과 함께 OECD 내에서 최하위 수준이고 한국 기업들의 혁신산업 관련 해외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탄 킴 송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교수는 "창의적 인재를 유치하면 기업은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며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그들의 생활을 즐겁게 해주는 혁신적인 시설 및 편안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바이를 벤치마킹하라"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이날 "올해 5월 두바이를 방문했는데 두바이는 전세계에서 3000여명의 전문가를 성공적으로 끌어모아 이용하고 있었다"며 "두바이의 독특한 개발 모델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열등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관련,"갈 때마다 눈길을 끄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진정한 개방경제"라고 평가했다.

무분별한 지역 개발사업이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를 막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제자유구역 3곳 외에도 국제자유도시 1곳,자유무역지역 8곳,기업도시 6곳 등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인완·김태현·최성국·박준동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