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慶敏 < 한양대 교수·정치학 >

지난 5일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의도는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와는 사뭇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1998년의 경우는 북한이 1993년 1300km의 사정거리를 갖는 노동 미사일 개발의 범주를 넘어 미국도 겨냥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메시지를 선포한 것이었고,2006년의 경우는 여러 발을 쏘아올려 마음만 먹으면 다량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7발의 미사일 중 세 번째 미사일은 대포동 2호 미사일로 추정되고 있고 나머지는 스커드가 아니면 노동 미사일로 알려진 가운데 6000km 이상의 사정(射程)거리를 갖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의 발사실험은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1단 로켓 부분의 낙하 지점을 추정컨대 1998년보다 사정거리는 두 배로 늘어난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핵 무기나 미사일 개발 능력이 시간을 질질 끄는 사이 더욱 더 향상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

이런 저런 종류의 미사일을 폭죽놀이 하듯 이례적으로 일곱 발이나 쏘아 댄 것은 북한이 받고 있는 경제제재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느끼게 된다.

뚜렷한 외화 수입이 없는 북한이 자금동결이란 조치를 받게 되자 정권유지에 타격을 받게 되고 조총련 자금도 발이 묶여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게 되면 미국이 양자회담에 나서게 될 것이고 양자회담에서 경제제재 조치를 전격적으로 풀겠다는 목표인데 미국이 옛날처럼 호락호락할 것 같지 않다.

뿐만 아니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로 한·일외교가 삐걱거리고 있는 마당에 일본이 남북관계를 고려해 도와줄 가능성은 없다.

일본인 납치 문제로 도와주기는커녕 어떻게든 강경 일변도로 나가겠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던 아침에 니가타 항에 입항 대기를 하고 있던 북한의 만경봉호는 일본 땅을 밟지도 못한 채 최소 6개월 이상은 일본 입국이 금지돼 버렸다.

그 자리에는 납치(拉致)된 일본인들의 가족들이 만경봉호 입항금지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이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은 극도로 나쁜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 동안 북한과 일본의 관계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하게 되면 경제제재 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徵候)에 대해 미국과의 공조로 발사금지에 대한 경고를 해 오던 일본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고려 중이다.

그동안 군사용으로 활용이 불가능한 민간용품 등에 대한 대북 수출은 규제하지 않았으나 2004년 개정된 일본 국내법은 북한에의 화물과 서비스 등의 무역과 송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승인과 허가를 의무로 할 수 있게 돼 있어 실제로는 무역을 중지시키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일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경제사정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5년 통계로 일본의 대북(對北) 교역 규모는 수출액이 약 680억원, 수입액이 1440억원으로 2001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이다.

일본이 미국과의 공조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며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배경에는 북한으로부터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이라는 안보태세를 부지런히 마련해 왔다는 점도 자리잡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반발하고 있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가 2008년이면 일본에서도 완성될 예정이어서 미사일 위협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북한은 미사일로 주변국들을 위협할 것이 아니고 평화적인 대화체제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