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음식점 건물이 요리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누가 요리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작은 음식점이지만 솜씨 있는 주방장이 직접 요리를 하는 곳을 만나면 무슨 큰 발견을 한 것만 같아 즐겁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 근처에 '주대가'(02-543-0342)라는 자그마한 중식당이 들어섰다.

동네 음식점처럼 외관이나 내부는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음식 맛에서 오랜 경륜이 느껴진다.

'오너 셰프'가 예전 프라자호텔 총주방장을 지낸 주업림씨(55)라는 사실이 놀랍다.

주 사장은 프라자호텔 중식당에서 25년을 보냈고 청와대에서 국빈 만찬 요리도 담당했던 실력파다.

볼품 없는 식당이라는 선입관만 버린다면,특급 호텔 중식당을 능가하는 요리맛을 발견할 수 있다.

탕수육,새우칠리소스,깐풍기가 이 집의 3대 메뉴다.

'돼지고기 찹쌀 탕수육'(소 1만5000원,대 2만5000원)을 꼭 먹어보자.바삭하게 튀겨 쫄깃쫄깃하게 씹는 맛이 일품이다.

좀 달착지근하지만 거북하지 않다.

찹쌀과 녹말 등을 사용한 튀김옷이 훌륭하지만 불을 다루는 기술도 뛰어난 것 같다.

한참 시간이 흘러도 눅눅해지지 않는 점에서 '공력'을 느끼게 한다.

'새우칠리소스'(소 2만원,대 3만원)는 튀긴 새우 위에 올려진 칠리소스가 압권이다.

보통 중국집의 칠리소스가 진한 자줏빛을 띠고 있는 것과 달리 연한 분홍빛을 낸다.

맛도 한국 사람 입에 잘 맞는 것 같다.

한국 고추로 중국식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단골들은 그 고추장을 달라고 해서 찍어먹는다.

'깐풍기'(소 1만9000원,대 3만원)도 일품이다.

닭고기가 매콤한 소스와 너무 잘 결합돼 있다.

자장면과 짬뽕은 큰 점수를 얻기 힘들다.

주 사장은 "내 스타일대로 해보고 싶지만 손님들이 낯설어할까봐 아직 평범한 스타일로 내놓고 있다"고 말한다.

점심 스페셜(1만3000원)은 탕수육과 부추잡채,자장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