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분석보고서를 내는 상장 종목수는 코스닥까지 포함해 많아야 200개 안팎에 그친다. 전체 상장종목의 12.5%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6%도 채 안 된다. 그러나 증권사가 커버하지 않은 종목 가운데서도 알짜들이 많다. KTB자산운용 최민재 주식운용팀장은 "분석대상 종목들은 대부분 이미 주가가 상당 수준 올라 저평가 메리트가 낮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개인보다는 기관의 입맛에 맞춰 주로 지수 영향력이 큰 시가총액 중·상위 종목에 주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 팀장은 "증권사들의 분석 대상이 아닌 종목들 가운데 아직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종목들이 적지 않다"고 조언했다.


○숨겨진 PBR·ROE 저평가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가 한번도 리포트를 안 낸 종목 가운데 PBR(주가순자산비율)가 1배 미만이면서 ROE(자기자본이익률)가 8% 이상인 종목은 무려 250여개에 달한다.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사장은 "ROE가 8% 이상인데도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그 회사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도 주가는 회사의 청산가치를 밑돌 만큼 낮다는 의미"라며 "이들 회사를 뜯어보면 자산가치가 우수해 진정한 소외주로 불릴 만한 종목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특히 "성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주목을 못 받는 시멘트나 철강 화학업종 내 중소형주 가운데 이런 종목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디피아이홀딩스는 국내 선박용 페인트시장 1위 업체로 매년 영업이익이 큰 폭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주가 대비 PBR는 0.9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광명역사 근처 안양공장 부지의 장부가만 따져도 현 시가총액을 웃돈다.

동일방직도 강남 삼성동에 있는 본사부지 가치가 시가로 1500억원가량에 이르지만 사업보고서에는 장부가 30억원만 잡혀 있다. SK가스도 실적이 안정적인 데다 가스주 가운데 유일하게 고배당 매력이 남아 있으며,PBR도 0.6배에 불과해 투자가치가 높은 데도 최근 1년간 증권사 어느 곳에서도 분석 리포트를 낸 적이 없다.

코스닥의 인프라웨어는 세계적으로 차세대 휴대인터넷 플랫폼 기술을 인정받으며 이익 성장이 두드러지는 고성장주지만 최근 들어 한두 개 리포트가 나올 뿐 아직 대다수 증권사에서는 분석을 않고 있다. 노래반주기 업체인 TJ미디어도 최근 대규모 일본 수출을 성사시켜 올해 대표적인 턴어라운드 종목으로 꼽히는 데도 기업가치를 조명하는 리포트가 하나도 없다.


○중소형주 펀드 편입종목도 주목

전문가들은 증권사 리포트가 안 나오더라도 중소형주 펀드에서 편입한 종목만 주의 깊게 살펴도 훌륭한 투자대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운용 철학이 확고한 가치주나 성장주 펀드 등에서 취득한 중소형 종목은 상당수가 증권사들의 커버 대상은 아니지만 펀드매니저들이 자체적으로 탐방해 발굴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 가치주펀드인 밸류자산운용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건산업 TJ미디어 한일철강 우진ACT 세보엠이씨 선진 서호전기 삼정피앤에이 삼우이엠씨 삼광유리 무학주정 국제엘렉트릭코리아 가온전선 삼영이엠씨 금화피에스시 부국철강 등이 대표적이다. 또 VIP투자자문이 편입한 코텍 지엔코 삼영엠텍 한세실업 이엔이시스템 국일제지 케이피엠테크 등도 마찬가지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가치주펀드는 일반 성장형 펀드처럼 종목을 자주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한번 사면 최소 1∼2년간 보유하며 주가 하락기에 매입을 늘려가기 때문에 개인들이 장기투자 관점에서 뒤따라 매수해도 실패할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