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포동 2호 등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틀 전인 지난 3일 남측에 군사접촉을 하자고 제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북한의 '이중플레이'에 군과 정부가 철저하게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오는 11∼14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7일 북측이 지난 3일 전화통지문을 보내 "장성급 군사회담 연락장교(실무자)접촉을 7일 오전 10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자고 제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측 차석대표인 문성묵(대령) 국방부 북한정책팀장은 이날 "북측의 제의에 대해 정부는 현 시점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며 접촉일자를 적절한 시기에 통보하겠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미사일 발사를 이틀 앞두고 이런 제의를 한 배경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대포동 2호 등 미사일 발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후의 시나리오까지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사일 발사가 일상적 군사훈련이었음을 남측에 설명하기 위해 미리 날짜를 잡아 놓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사일 발사 징후를 감지한 3일께 북측에서 이 같은 제의가 왔다면 이를 공개하고 즉시 접촉을 가져 북측의 의중을 타진하고 그 자리에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난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목전에 두고 접촉을 제의했다는 것 자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장성급회담 목적이 긴장 완화를 논의하자는 것인데(이를 위한 접촉을 제의해 놓고)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미사일 발사로 인한 고립상황을 벗어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나리오에 의해 접촉을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측의 이중적 태도는 제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정부는 북측이 현재 상황을 악화시키는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통일부의 대화채널만큼은 열어놓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와중에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회의론이 급부상하게 되는 만큼 정부로서도 매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회담이 연기될 경우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는 부담을 안아야 하고 설사 회담이 열리더라도 마땅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다"며 "북한도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수찬·이심기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