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K 경영 10년 만에 부도를 낸 이철상 사장(40)이 7일 오전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VK가 최종 부도를 공시한 지 3시간여가 지난 때였다.

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과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였지만 경영실패라는 단어 앞에선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386 운동권 경영자의 실패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무척 괴로워했다.

-지난해 말 '3억불 수출탑'까지 받았던 VK인데 부도에 이르게 된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책임을 통감합니다.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휴대폰 업체들의 경쟁이 심해지고 원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자재 대금이 밀리면서 현금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지금까지 2500억원 정도를 쏟아부었는데 글로벌 업체들과 상대하면 어림도 없는 액수였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26개 국가에 'VK' 브랜드가 진출해 있고, 특히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시장에서는 VK의 인지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자금력이 모자랐던 게 아쉽습니다."

-최종 부도가 나는 바람에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기회를 놓쳤는데.

"휴대폰 사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VK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형식 이사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작업을 벌일 겁니다.

저는 마케팅 책임자(CMO)로서 해외 바이어들을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거고요. 법정관리가 될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으론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협의 과정을 진행 중인 매각 대상이 있는지.

"그동안 항간에 많은 소문이 나돌았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구 노력을 통한 회사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휴대폰 기술은 나라의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회사를 해외 업체에 매각하는 건 되도록 지양하고 싶습니다."

-현 상황에서 어떤 구체적인 자구안을 갖고 있는지.

"우선 안성 공장과 자회사인 네오스탭스와 VMTS 등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공장을 팔게 되면 외주 아웃소싱 방식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또 유럽형(GSM) 단말기 칩 제조업체인 VMTS는 완전 매각이 아니라 칩 공급 협력업체로서 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정상적인 제품 생산과 조달,그리고 서비스가 가능할 것인지 염려되는데.

"VK는 현재 700억원에 이르는 자재 재고가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금줄의 숨통이 약간만 트여도 곧바로 매출로 이어질 수 있어요.

애프터서비스(AS)는 현재 104개 대리점이 있는데 이중 70∼80개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86운동권 경영자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 386운동권 경영자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경영자입니다. 너무 그러니 이상합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