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8~9일 방한,대북 책임 당국자들과 연쇄회동하고 중국이 제안한 비공식 6자회담을 지지하기로 우리 정부와 입장을 조율했다.

힐 차관보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종석 통일부 장관,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6자회담 수석대표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후 "아주 훌륭한 논의(excellent discussion)였다"며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남북회담에서 미국 반응 전달"

힐 차관보는 9일 이종석 장관과 만나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북한과 모든 문제를 놓고 양자협의를 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힐 차관보에게 "장관급 회담(11~14일)에서 미사일 및 6자회담 복귀 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입장과 국제 사회 및 미국의 반응을 가감 없이 정확하게 북측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힐 차관보와 반기문 장관의 회동 결과에 대해 "한·미 양국은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중국이 제안한 비공식 6자회담을 지지하고,실현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한·미 일치된 한 목소리

힐 차관보의 방한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북한에 '6자회담에 안 나오면 출구가 없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힐 차관보는 통일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국과 미국을 더욱 결속시켰고 앞으로 더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미국을 타깃으로 한 대포동 2호뿐아니라 한반도와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했음을 상기시키며 "이번 사건은 (단지)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6자회담) 파트너에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BDA 수사,안보리 결의안 변수

북한은 지난 7일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를 통해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 자금을 돌려주면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비공식 회담 제의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무조건 복귀'를 요구하는 미국 입장도 그대로다.

하지만 미국의 BDA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사실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 금융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국이 현재 BDA자금을 성격에 따라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법적인 자금은 곧 풀려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느냐 여부도 북한이 회담 복귀를 결심하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직면하자 표현을 완화시킨 수정안을 제출,15개 안보리 성원국들이 10일 밤 11시(한국시간)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