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확대적용키로 한 노동부 방침과 관련,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등 노동 취약계층을 보호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대의명분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이들의 고용을 불안케하는 것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의 존폐 위기로 내몰수 있기 때문이다.

◆ 자영업자 "문 닫으라는 이야기"

실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업주들은 한마디로 "자영업자들을 고사시킬 수 있는 조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J사장은 "종업원 1인당 한 달 인건비가 150만원에 이르고 4대 보험료만 300만원 정도 들어가 종업원 관련 비용이 가게 운영을 압박하는 실정인데 근로기준법을 100% 준수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세 사업장에서는 일한 지 1년이 넘는 사람이 손꼽을 정도로 이직률이 높아 대기업처럼 체계적으로 인사관리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신사동 사거리와 석계역 등 두 곳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Y사장은 "한 달 인건비 140만원에 점심과 저녁 식대까지 합치면 1인당 160만원 정도 들어간다"며 "아내까지 동원돼 두 사람 인건비를 겨우 건지는 셈인데 근로기준법대로 종업원을 관리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서초구 서초동 평창한우골 이모 사장은 "지금도 인건비,월세 때문에 적자를 보고 있다"며 "다 집어치우고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고 한탄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영업 경기가 3년째 내리막 길로 추락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가 또 다른 부담을 지울 경우 문 닫는 점포가 속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소규모 점포의 경우 인건비가 매출 대비 25%를 넘으면 한계점에 달한다"며 "인건비를 대폭 끌어올린 4대 보험 의무화 조치도 실제 자영업소의 80%는 지키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 "실효성에 의문"

정부의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방침이 알려지자 경제계는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 경영 전환,창업 의욕 위축 등으로 근로 취약 계층의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데다 현실적으로 정부의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뤄질 턱이 없어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경제정책팀 박미화 과장은 "26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의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관리 감독할 방법이 없는 실정을 감안하면 법 개정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가 지불 능력과 법 준수 능력이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실효성도 없으면서 260만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단체 등이 속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비롯해 전경련,경총,대한상의,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는 근로기준법 확대 실시 반대를 주장하는 성명을 최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에 대해 최소한의 법적보호 조치를 취해야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지지하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조성근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