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가 전수천씨(59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난해 9월 펼쳤던 미국 대륙횡단 프로젝트 '무빙 드로잉(Moving Drawing)'을 국내 전시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전'이 14~30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무빙 드로잉' 보고전 형식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미 대륙을 '소통'했던 드로잉 열차를 통해 한국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민족 정서가 담긴 흰 선을 소재로 예술의 조형미와 다양한 대상의 정체성을 음미해보자는 취지.

프로젝트가 처음 구상된 1996년부터 준비한 문서들,암트랙 열차 15량에 씌웠던 흰색천 제작과정,헬리콥터와 자동차가 열차를 따라 다니며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물,동승한 문화예술가들의 토론과 세미나,경유지에서의 만남과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풀어 놓는다.

특히 암트랙 열차 한량을 야외 무대에 설치해 지난해 동승했던 건축가 황두진,음악인 노영심,영화평론가 오동진,풍수지리학자 조용헌,소설가 신경숙,사진평론가 지동선씨 등을 다시 초청해 매일 다른 주제로 강좌도 연다.

전씨는 "프로젝트에 사용된 기차는 일상의 소통과 정보교환 등 문화적 담론을 생산하는 공장(팩토리)이었다"며 "조만간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지구촌 드로잉 프로젝트'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국가와 기업 가치를 수치로 계산하는 세태를 풍자해 만국기와 삼성 등 기업 브랜드에 바코드를 붙인 신작 2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