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약품 제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소화제 훼스탈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 제품에 대한 높은 인지도에 따라 회사의 베스트셀러일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이 제품은 1980년대만 해도 매출의 30%를 점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고 당연히 매출 1위 품목이었다.

그러나 현재 1위는 아마릴이라는 당뇨병 치료제다. 지난해 아마릴은 410억원어치가 팔려 훼스탈(89억원)의 4배를 훨씬 넘어섰다.

그렇지만 일반인은 아마릴이라는 제품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훼스탈의 역사가 더 길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훼스탈은 일반의약품이라 대중광고가 가능한 반면 아마릴은 전문의약품이어서 그렇지 못하다는 것.

제약회사들의 베스트셀러가 훼스탈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일반의약품에서 '병에 걸리지 않는 한 이름도 모를' 전문의약품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한국사회가 고령화 시대를 맞으면서 고혈압 치료제,당뇨병 치료제 등 전문 치료의약품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소비자들의 약 구입 패턴이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회사들도 제조와 영업의 패턴을 전문의약품으로 바꾸면서 이들이 주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제일약품은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가 2002년부터 이 회사 대표 브랜드로 꼽혀온 관절염 패치제 케펜텍을 누르고 판매 1위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리피토 매출은 641억원으로 173억원인 케펜텍의 4배 수준에 달했다.

종근당의 고혈압 치료제 딜라트렌은 두통약 펜잘과 보양강장제 자황을 추월해 2000년부터 이 회사 1등 매출 제품에 올랐다.

딜라트렌은 지난해 무려 504억원어치가 팔려 회사 매출의 21.2%를 기록했다.

부광약품의 당뇨병성 다발성 신경병증 치료제인 치옥타시드는 2000년부터 기존 1위였던 치약 안티프라그(의약외품)를 제치고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이러한 베스트셀러 교체에 따라 제약사들은 일반의약품보다는 전문의약품 개발에 치중하는 추세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전인 1999년 전체 의약품 생산의 46.8%에 달했던 일반의약품 비중은 지난해 27.6%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 개발을 점점 소홀히 하고 있다"며 "외국처럼 안전성이 입증된 일반의약품은 슈퍼마켓 판매를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