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이 3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IMT-2000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함에 따라 IMT-2000 정책이 기로에 섰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빠른 시일내에 법률적 검토 등을 거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CDMA를 발전시킨다는 정부의 명분(名分)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허가를 받은 LG텔레콤에 대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정통부로서는 무엇보다 정책실패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칫하면 감사원의 감사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다. 2001년 통신시장 최대 화두(話頭)가 바로 IMT-2000 사업이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부풀려졌던 것을 상기해 보면 특히 그렇다. 때문에 주무당국은 그 모든 책임을 사업자에게 돌리고 싶어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상황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당초 계획대로 동기식 IMT-2000 사업을 기대하기는 여러모로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사업자로선 정부가 등을 떠민다 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투자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조업체들도 고립되다시피 한 동기식 IMT-2000만을 바라보고 기술개발에 나서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들도 기존 동기식 망을 업그레이드해 여기서 최대 이익을 얻으려 하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비동기식 IMT-2000(WCDMA)을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WCDMA보다 더 진전된 HSDPA(초고속 하향 패킷접속기술)를 겨냥하고 있다.

현실이 달라졌고 통신기술의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면 이를 인정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 과거 로드맵만 고집한다면 정부는 물론 사업자, 소비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사업자들의 IMT-2000 투자가 지지부진할 때부터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IMT-2000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사업자들이 기존 망을 고도화해 서비스를 하려고 하면 전향적(轉向的)으로 이를 수용하고, HSDPA 등 비동기식 서비스의 경우도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책실패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 보다는 그게 모두를 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