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분쟁에는 배심조정이 매우 유용한 해결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최형표 광주지법 장흥지원 판사(사시 38회)는 최근 민사조정 제도에 미국식 배심제를 접목한 '배심조정'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성공을 거두었다.

배심조정은 6~12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들이 원고와 피고의 의견을 듣고 평의를 거쳐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조정안을 당사자에게 권고하는 제도다.

판사는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역할만 맡을 뿐 직접 의견을 내지는 않는다는 점이 기존 조정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최 판사는 이 같은 제도를 활용,경매에서 2000만원에 낙찰받은 부지를 1억6000만원에 팔려고 한 박모씨(29)와 8000만원 이상은 줄 수 없다는 부동산개발 회사가 8개월간 벌인 소송을 "박씨는 8500만원에 땅을 팔고 양도세는 양측이 절반씩 낸다"는 조정안으로 마무리했다.

최 판사는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들이 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조정안이 나올 수 있다"며 "사건 당사자들도 지역 원로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비현실적인 주장을 내세우거나 고집을 부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법상 재판을 배심제로 할 수는 없지만 조정절차에 배심제를 접목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며 "앞으로 지역 주민 간 소송에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흥지원은 지난 5월부터 '조정위원회 조정에 관한 내규'를 만들어 14명의 조정위원을 위촉,민사조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