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로 전북 부안군이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 신청 3년째를 맞는다.

3년전 큰 혼란을 겪었던 부안 군민은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한 채 일상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부안사태 이후 깊어진 찬.반 주민간 갈등의 골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유치실패에 따른 군민들의 정신.물질적 피해도 아물지 않아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방폐장 문제가 불거졌던 당시 찬.반으로 나뉜 부안군민은 서로 갈등을 빚었고 이로인한 집회 및 시위가 2년가량 지속하면서 부상자와 형사처벌자도 속출, 한마디로 부안은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방폐장을 반대하는 주민과 학생들의 등교거부와 고속도로 점거시위, 해상시위 등이 이어졌고 이를 막는 정부측과 극한 대립이 예부터 살기 좋다는 '생거(生居)부안'에 큰 타격을 줬다.

이 과정에서 군민 45명이 구속되고 400여 명에 이르는 주민이 형사처벌을 당했으며 군민과 경찰 수 백 명이 시위 도중 부상하기도 했다.

심지어 계속된 시위로 경기가 더욱 침체됐고 외지 관광객들도 발길을 끊으면서 일부 군민의 가정 파탄과 생계유지가 어려운 일부 주민들은 아예 삶의 터전을 버리고 부안을 떠나기도 했다.

방폐장 사태의 진원지인 위도 주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프다.

2003년 전국이 마다하는 방폐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던 위도는 극심한 혼란을 겪으면서 결국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때 500여척의 어선이 머물던 위도면은 요즘 고기잡이에 나서는 배가 50여척으로 줄 만큼 어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영광 원자력발전소와 새만금 방조제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감소한 위도 주민들에게는 방폐장 사태가 더욱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위도면 진리 마을의 김모(57)씨는 "5년 전에 40여척이던 마을 어선이 지금은 반으로 줄었고 고기도 예전보다 잘 안잡히고 방폐장 문제 때문에 주민들끼리 서먹서먹 해지면서 아예 이곳을 떠난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방폐장유치를 두고 주민들 모두가 너무도 큰 아픔을 겪었다면서 "3년 전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어려운 현실을 한탄했다.

2004년 정부의 '부안 방폐장 백지화' 선언 후 논란 끝에 방폐장 부지가 지난해 경북 경주시로 결정됐다면서 부안은 결국 큰 상처만 안았고 군민간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이 남았다.

모내기 품앗이를 함께 하던 이웃 아낙네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도 않는가 하면, 고기를 같이 잡던 친구와 서로 등을 돌리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수 없는 '남'이 돼 버렸다.

부안군청의 한 직원은 "겉으로는 군민들 사이에 아무 일 없는 듯해 보이지만 찬성.반대 의견이 달랐던 주민끼리 말 한 마디는 커녕 서로 얼굴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와 부안군은 국책사업 유치 실패에 따른 상실감을 최소화하고 찬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정부 지원책을 촉구했지만 아직까지도 확실한 답변이 없어 도민과 군민의 애를 태우고 있다.

도는 새만금 신항 건설사업과 경제자유구역 지정, 제2원자력 의학원 설립, 새만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와 신재생 에너지 테마파크, 위도여객선 건조 사업 등을 촉구했다.

부안군도 군 행정종합타운 조성과 위도 관광랜드 조성, 도립 영상대학 설립 등 총 31개 사업(1조1천238억원)을 요구했다.

방폐장 유치 신청 당사자인 김종규 전 군수도 퇴임을 앞두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청와대와 총리실,국회에 사법처리자의 사면.복권과 지역 현안사업을 위한 지원 요청을 했다.

과거를 잊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부안군민들은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재촉구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화합을 통해 부안 발전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도면 조모(45)씨는 "지난 시간을 돌이켜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아픔은 겪을 만큼 겪었으니 과거는 묻어두고 잘 사는 부안을 위해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병학(李丙學) 부안군수도 "부안군민의 아픔은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가 군 발전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부안의 주인인 우리 군민들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을 이뤄내 '생거부안'을 다시 만들자"고 강조했다.

(부안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k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