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잇단 회계부정 스캔들을 계기로 기업 투명성 강화를 겨냥해 제정한 사베인스 옥슬리법이 오는 15일(현지시각)부터 미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미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을 비롯,1200여개 외국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일로 외국기업에 대한 적용 유예기간이 끝남에 따라 앞으로 외국기업도 사베인스 옥슬리법에 따른 회계관리 강화 대상에 포함된다며 특히 12월 말 결산법인들이 시간에 쫓기게 됐다고 10일 보도했다.

적용 대상은 자본금 7500만달러 이상의 미국 내 모든 외국 상장기업이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 중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 KT 포스코 한전 SK텔레콤 우리금융지주 LG필립스LCD 등 8개 기업과 나스닥에 상장한 하나로텔레콤 등 9개 기업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사베인스 옥슬리 법 적용으로 외국기업들도 이제는 회계 시스템을 점검해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이를 미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해야 하며 회사 비용을 들여 이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

특히 회사의 최고경영진은 회사의 재무제표가 내부 통제제도에 따라 적절하게 작성됐다는 내용에 서명해야 하며 나중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날 경우 민·형사상 책임도 물어야 한다.

SEC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법 적용이 처음인 만큼 스스로 회계상 문제점들을 보고하는 기업에 대해 당장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기업이 스스로 회계상 문제점을 공개할 경우 주가 하락 등 부작용이 따를 것으로 보여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계상 문제점을 시정하는 데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 역시 외국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다.

영국계 HSBC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지난 회계연도에만 각각 2840만달러와 440만달러를 썼고 프랑스 기업인 라파르주는 128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준비를 해오긴 했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관련 비용 지출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매년 계속된다는 데 있다"고 실토했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 중 상당수는 상장을 철회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업 대상 조사업체인 마르자스에 따르면 NYSE에 상장한 유럽 기업 6개 가운데 1개 꼴로 사베인스 옥슬리법 때문에 상장을 포기할지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 사베인스 옥슬리법은 ]

엔론 사태를 계기로 2002년 제정됐다.

기업회계 부정을 막기 위해 기업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이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토록 하는 한편 최고경영층이 재무제표에 서명토록 해 이들의 책임을 강화한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