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혜정씨(24)는 요즘 액세서리를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귀고리 14쌍,목걸이 8개를 번갈아가며 그날의 옷에 맞춰 코디한다.

하지만 액세서리 수집광인 김씨에게 금붙이로 된 액세서리라곤 어머니가 선물한 14k금 반지 하나밖에 없다.

김씨는 "금으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는 가격이 비싸 선뜻 사기가 쉽지 않다"며 "대신 길거리에서 파는 2000~3000원대의 비즈(beads) 제품을 여러 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란 원래 구슬 모양의 돌에 구멍을 뚫어 액세서리나 패션 소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말하지만,요즘은 모양에 상관없이 구멍이 뚫린 모든 액세서리 원자재를 통칭하는 말로 바뀌었다.

국제 금값 상승과 젊은층의 취향 변화로 액세서리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금·은·보석류로 만들어진 귀금속 액세서리 시장이 축소되는 반면,비즈 등 값싼 소재로 만드는 대신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길거리표' 액세서리가 김씨와 같은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는 것.

젊은이들이 고급스러운 귀금속 액세서리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디자인이 다양한 비즈 액세서리에 몰리면서 관련 노점상이 급증하고 있다.

이화여대 홍익대 등 대학가와 서울 명동,강남역 등지의 길거리 액세서리 상점이 올 들어 세 배 이상 늘어난 것.

14k금 목걸이는 금을 한 돈만 써 만들어도 재료값만 4만8000원이 넘는 데 비해,이런 비즈 소재 목걸이는 원가가 5000원대에 불과하다.

노점상들은 몇 천원짜리 비즈 액세서리를 팔면서도 한 자리에서 쭉 장사하며 고객의 애프터서비스 요구까지 들어주는 등 서비스에도 신경쓰고 있다.

동대문종합시장 비즈도매업 관계자는 "비즈 액세서리를 파는 길거리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2~3년 전부터 비즈 도매시장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해 해마다 20% 정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액세서리 노점상들은 점포를 갖춰 놓고 귀금속 액세서리를 3만~5만원대에 파는 주얼리숍들을 점차 밀어내고 있다.

종로 귀금속 도매상가까지 그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종로에서 귀금속 도매업을 하는 채석제 '로얄' 대표는 "최근 2,3년 새 문을 닫은 금 도매상이 30%가 넘는다"며 "금값이 오른 탓도 있지만 금·은 세공품의 디자인이 저렴한 원석이나 인조석으로 만든 액세서리의 수준을 못 따라가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금·은 소재 액세서리를 주로 판매하는 패션 주얼리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길거리 상점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패션 주얼리업체인 미니골드 관계자는 "패션 주얼리의 주 소비층인 여성 고객의 취향이 변하면서 생긴 부실 대리점을 정리한 뒤 다시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디자인 개발에 애쓰고 있다"며 "다른 주얼리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매장 전면에 금 외에 천연석으로 만든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