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마다 다른 탄력세율을 적용,주택 재산세를 깎아 줌으로써 지역별로 재산세 납부액에 큰 차이가 나는데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세제 정책이 뿌리째 흔들리고,자치구별 세부담 불균형으로 인한 지역·주민간 갈등과 조세저항까지 우려되는 양상이다.

현재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20개 구청이 10~50%의 탄력세율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탄력세율이 이처럼 들쭉날쭉하다 보니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의 값비싼 아파트보다 그렇지 못한 자치구의 싼 아파트 소유자가 더 많은 세금을 무는 경우가 많은 '재산세 역전(逆轉)'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탄력세율 적용으로 조세형평성까지 저해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지자체들의 지나친 지역이기주의이자 재량권 남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동일가격,동일세금'이라는 공평과세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비싼 아파트의 세금 부담을 높여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도 무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재산세 인하는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의 핵심인 보유세 강화조치의 효과를 상쇄(相殺)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세인 재산세의 부과기준 등에 있어 어느 정도 지자체의 자율성이 존중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탄력세율 재량권이 지나치게 커 과세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정부의 기본적인 부동산 및 세제정책 방향과 어긋날 정도라면 이 또한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현행 제도 아래서는 일단 재산세를 낮춘 다음에는 또다시 조례(條例)를 바꾸지 않는 한 계속 낮은 세율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재산세 역전 현상은 해마다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때마침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올 정기국회에서 현재 50%로 되어 있는 탄력세율 적용 범위를 20∼30%로 낮추는 등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탄력세율 범위 축소도 필요하지만 공평과세 원칙을 살리면서,집값이 비싼 곳의 주민이 서민층보다 더 세금감면 혜택을 볼 수 있는 현행 재산세 체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한 보다 다각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