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꽉 막힐 지경입니다.

산별노조로 전환했으면 이젠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좀 생각하면서 파업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자동차에 엔진부품을 공급하는 부산 기장군 정관면의 A사 김모 사장은 특근과 잔업까지 거부하며 10일째 부분파업을 벌이는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면 속이 바짝 탄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지난달 26일부터 계속된 현대차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부품 공급 물량이 30% 이상 줄어들어 지난 4일부터 잔업과 특근 근무를 전면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1차 협력업체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2,3차 협력업체로 가면 조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최악의 경영난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현대차 노조가 만약 전면파업으로 치닫는다면 중소기업들은 문을 아예 닫을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할 전국의 현대차 협력업체들이 11일 노사 협상 후 노조가 전면파업으로 파업강도를 높일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사상공업지역 내 자동차부품업체인 K사 이모 사장은 "현대차 파업이 연례적으로 되풀이되면서 힘 없는 협력업체들만 죽을 지경"이라며 "언제까지 모기업 노조 파업의 진행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느냐"고 혀를 내둘렀다.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부산지역에서만 300여개 협력업체의 매출 손실이 500억원대를 넘어섰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매일 2~4시간씩 파업과 잔업,주말 특별근무 거부 등 10일 현재까지 열흘째(토·일요일 제외) 부분파업을 벌여 현대차 울산,전주,아산공장에서 모두 3만7142대의 차량을 만들지 못해 5130억원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이는 같은 임금협상 시기인 2004년 5일간의 부분 및 전면파업으로 1만8994대를 생산하지 못해 발생한 2631억원의 생산차질액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것.이로 인해 모기업과 1,2차 협력업체들의 생산차질 규모를 합하면 전체 손실 규모가 이미 1조원대(9621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전국 377개에 이르는 1차 협력업체를 포함한 1,2차 4700여개 협력업체는 현대차 노조 파업이 시작된 이후 10일 현재까지 생산차질액이 모두 4500여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들 협력업체 가운데 현대차와 생산이 연동되는 JIT(Just In Time)시스템을 갖춘 70여 협력업체들의 생산차질과 피해는 더욱 큰 실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필요한 부품을 생산해 실시간으로 현대차에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현대차 생산라인이 멈추면 같이 생산라인을 멈춰야 하는 등 파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협력업체는 고유가,환율 등으로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더 장기화되거나 전면파업이 이뤄질 경우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 1000여개 부품업체들도 모기업 노조의 전면파업에 대비,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북 영천지역의 한 현대차 1차 협력업체는 "평소 오후 5시부터 세 시간 동안 실시하던 잔업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있다"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주간 작업시간도 단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 기업사랑 실천 범시민협의회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중소 부품업체의 조업 차질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엄청난 손실과 시민의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차 살리기 범시민 서명운동을 주도한 신상학 애울청년단장은 "현대차 근로자의 임금과 각종 복지 수준이 주변 중소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대기업 노조답게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업체의 입장과 시민의 고통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울산=하인식·부산=김태현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