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사칭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10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인 김모씨(36)는 2005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중소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인 척 하며 총 54회에 걸쳐 84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건설업자들에게 "서울중앙지법 판사인데 공사대금을 받게 해주고 건축공사도 수주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서울중앙지법 판사 명의로 지불각서와 공판기일연기신청서 등을 불법으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평소 친분이 있던 식당 주인 B씨가 교통사고를 내거나 폭행사건 등으로 경찰조사를 받게 되자 "검찰과 법원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는 식으로 136회에 걸쳐 9400여만원을 뜯어낸 안모씨(67)는 이달 초 검찰에 기소됐다.

안씨는 안대희 전 서울고검장의 친척으로 행세했다.

공갈 등으로 전과 9범인 30대 A씨는 최근 서울 중구 인현동 모호텔 내 유흥주점을 상대로 충무로와 을지로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범죄조직인 '상택이파' 조직원을 사칭,매달 500만원씩 6년간 66회에 걸쳐 3억원 상당을 갈취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에는 경남 통영에서 대한항공 기장 제복과 모자를 착용하고 기장 행세를 하며 부녀자에게 접근해 27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김모씨가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이 밖에 서부경남 지역에선 소방공무원과 비슷한 복장을 한 '가짜소방관'들이 숙박업소 등을 대상으로 소화기를 강매하거나 멀쩡한 소화기의 약품 교체를 요구하는 행위가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사칭범죄와 같은 구시대적 범행수법이 통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