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겪은 열린우리당이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세금 인하 문제를 잇따라 꺼내고 있다.

하지만 새로 구성된 여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데다,정부에서마저도 각각의 사안에 대해 부인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근로소득세가 대표적 사례다.

'7·3 부분개각' 이후 여권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이 세 부담 완화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정부의 반대에 부딪쳤다.

강 의장은 지난 9일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근로소득세를 완화해 달라는 주문을 재정경제부에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세율인하 또는 과표구간 조정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는 10일 "여당으로부터 근로소득세 조정과 관련한 어떤 공식적 요청도 받지 못했다"며 "현재로선 완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도 "근소세 인하는 강 의장 개인의 견해이며 당정 간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우선 봉급생활자만의 세부담 완화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영록 재경부 소득세제과장은 "현행 소득세율은 단일체계이기 때문에 근로자나 자영업자에게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또 현재도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가 50%에 이르는데 세 부담을 낮출 경우 면세 대상자가 지나치게 늘고 세수가 감소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근로소득세 세수는 10조4000억원이며 만약 세율을 1%만 낮춰주더라도 1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현행 소득구간별 8∼35%의 세율은 2004년 개정돼 지난해부터 적용되고 있다.

구간별 세율은 1000만원까지는 8%,1000만∼4000만원은 17%,4000만∼8000만원 26%,8000만원 이상은 35%이다.

지방선거 직후 여당 내 실용파 의원들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인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여기에다 채수찬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 등 여야 의원 41명은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시행된 올해 1월 이전 부동산을 5년 이상 장기보유했을 경우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6일 발의했다.

채 부의장은 7일엔 "최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종부세 대상가구가 늘어날 것 같다"며 "기준 완화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9일 "부동산시장이 잘못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며 종부세나 양도세는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갈팡지팡 현상은 정부 내에서도 발견된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20년이나 3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엔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양도세 완화 계획이 없다"며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