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금리 인상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당장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많이 빌려쓴 기업들은 이자 부담은 물론 환차손까지 발생하게 되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이 달러 약세(엔화 강세)를 부추기면서 원·달러 환율을 추가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농후해지자 수출 기업들도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엔화자금 이자 늘어날 듯

일본의 금리 인상은 국내기업들의 채산성을 압박할 전망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은행의 6월 말 현재 엔화대출 규모는 1조942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8078억엔에 비해 무려 35.5%(2864억엔) 늘어났다.

기업들의 엔화차입자금의 금리는 연 2% 수준이다.

담보가 있는 경우 연 1.5%,신용대출은 차입자의 신용도에 따라 연 1.5~2.5%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원화 주택담보대출 금리(연 5~6%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변동금리부 엔화대출이 급증했다.

그러나 일본의 금리가 오르고 원·엔 환율마저 상승하면 엔화자금을 빌린 사람들은 금리 상승과 환차손이란 '이중고'를 떠안아야 한다.

엔화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엔화차입금의 이자비용은 연 2% 수준에서 연 2.25% 정도로 늘어나게 돼 비용부담이 종전보다 10% 정도 커진다.

여기에다 환차손까지 겹치면 비용부담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개인사업자 타격 클 듯

문제는 엔화대출을 쓴 사람들 가운데 의사 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과 개인 사업자들이 많다는 점.자격증이나 면허증,사업자등록증 사본만 있으면 용도에 제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개인들이 엔화대출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 돈으로 부동산 투자에 쓰는 사례도 적지 않아 금융감독원이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서춘수 신한은행 PB지원팀장은 "엔화대출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환율변동에 대비해 엔화대출을 줄여가거나 최소한 선물환 계약 등을 통해 환위험을 헤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달러 환율 급락 가능성

일본의 금리 인상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도 촉각이 곤두서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야기된 달러 약세의 여파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주식순매도와 까르푸 등 기업매각 자금 등의 유출로 환율하락폭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달러약세가 가속화되면 원·달러 환율도 추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13.72엔으로 전날보다 1.45엔 하락하자 원·달러 환율도 5원90전 떨어졌다.

수출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반면 원·엔 환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전승지 삼성선물 과장은 "외국인 주식매매나 기업매각 등의 변수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금리 상승은 국내에서 엔화자금 수요를 늘릴 것이기 때문에 원·엔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승윤.유병연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