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에 임한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관심 분야를 차곡차곡 밝혔다.

전기 가스 수도 등 국가기간산업 개방에는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한국의 약가 산정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협상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또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등을 바꿔줄 것을 한국측에 요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민 사이에 일고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켜 순조로운 FTA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미국측 관심 분야에 힘을 집중해 개방을 유도하려는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커틀러 대표는 "미국 사람은 한국이 FTA로 인해 더 많이 얻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 시장에 무제한적 접근이 가능하게 되는데 미국 경제는 한국보다 15배나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기 가스 등 관심 없어

커틀러 대표는 기자 회견에서 질문이 나오지 않았는 데도 "전기 수도 등 공공 서비스에 대해 그것을 운영하거나 통제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자진해서 밝혔다.

그는 "특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점들에 대해 명확하게 오해를 풀어 주었으면 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전기 수도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외국인 지분 제한(49%)을 풀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FTA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더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핵심 분야인 통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협상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측이 외국인 지분 제한을 없애고 싶어하는 분야는 통신"이라며 "여기에 대해선 미국이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의약품에 높은 관심

커틀러 대표는 '개성공단과 쌀 문제 외에 어려운 문제가 있는가'라고 묻자 바로 "자동차 부문이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자동차에 관심이 컸다.

그는 "미국에서 팔리는 한국 차는 한 해 80만대인데 한국에서 팔리는 것은 4000대에 불과하다"며 "여러 가지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측은 특히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의 개편과 함께 자동차 표준·인증 문제,투명성 문제,수입차에 대한 반감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커틀러 대표는 또 의약품 문제에 대해 장시간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이 얼마 전 발표한 약가산정 제도인 포지티브 리스트가 결국 (미국 제약업체의) 혁신적 신약을 차별하게 될 것이며 그럴 경우 한국의 환자들과 의사들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