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매년 500억여원,향후 4년간 2000억여원을 강북지역 초·중·고교에 직접 지원하고 소위 '스타 교사'를 강북 학교에 배치하겠다."

"서울을 '문화 도시'로 탈바꿈시켜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를 4년 뒤 지금의 2배 반인 1200여만명으로 늘리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서울시청 내 시장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사와 인터뷰를 갖고 서울의 도시경쟁력 제고,강남·북 균형발전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 대담 = 최승욱 사회부장 ]

오 시장은 민선 4기 시장에 오른 지 10일밖에 안됐지만 일자리 창출,교육 격차 해소,도심 부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터뷰 내내 키워드는 '문화'였다.

오 시장은 "도심개발 녹지조성 패션타운 조성 등을 모두 '문화'라는 큰 틀로 묶은 뒤 이 문화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외국인 유치 등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일자리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십장생'(10대들도 장차 백수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등 청년 실업의 우려를 담은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는데.

"서울지역 산업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87%인 데 비해 제조업은 13%에 불과하다.

따라서 서비스업 위주로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향후 서울의 경쟁력을 감안한다면 지식 기반의 고급 서비스 분야를 키워야 한다.

금융 교육 의료 문화 컨설팅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해 '고급 일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문화경쟁력을 높이면 서울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얘기인가.

"서울을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도시 전체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관광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내 의료 수준이 크게 향상된 점을 활용해 '의료 관광'도 적극 유치할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480만명 규모였던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 수를 4년 뒤인 2009년 1200만여명까지 늘리겠다.

이를 위해 서울의 문화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화라고 하면 통상 즐기는 것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젠 문화를 도시의 판촉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갔더니 거리나 건축물,공연 프로그램 등은 물론이고 시민들까지 문화적이더라'라고 얘기하기 시작하면 서울은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다.

서울의 문화를 즐기는 관광이 인기를 모으면서 외국인들도 크게 늘 것이다."

-문화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우선 '도심부활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단순히 도심 개발 차원을 넘어 서울의 문화도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는 계획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인사동∼명동,광화문∼숭례문,종묘∼세운상가∼남산,국립극장∼동대문까지의 4개 거리축을 테마별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대문과 남대문 지역의 경우 세계적인 의류패션 지역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가령 동대문운동장 부지 중 2만7000평을 공원화하고 나머지 5000여평은 패션타운으로 조성한 뒤 국립극장에서 동대문시장까지 이르는 거리를 문화 공연 등이 이어지는 테마거리로 만든다면 동대문 패션타운의 매출은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도심부활 프로젝트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강남·북 지역 간 불균형 해소는 핵심 과제인데.

"그런 이유에서 한층 더 확대·추진하려는 것이 바로 뉴타운 사업이다.

이달 초부터 '도시 재정비 촉진 특별법'이 시행돼 뉴타운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졌다.

당초 50곳의 뉴타운 개발을 얘기했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으로 뉴타운 지구지정이 완화되고 지정 면적도 넓어졌다."

―뉴타운 사업이 강북지역 부동산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높여놨다는 지적도 있는데.

"주거환경 개선에 따른 일정 부분의 가격 상승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투기세력이 들어가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높였다는 점이다.

실제 10평 미만 소형 토지의 평당 가격이 그보다 큰 토지보다 훨씬 비싼 '난센스'가 벌어지고 있다.

구청에서 뉴타운 지구로 지정하는 동시에 투기세력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교육여건은 서울 강남·북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하는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해법이 있나.

"최근 '서울시 교육격차 해소 및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지원조례'가 마련됐다.

오는 19일 정식 공포된다.

그동안 서울시는 초·중·고교에 필요한 지원을 직접 할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매년 2조여원의 재원을 제공하면서 간접적인 지원만 가능했다.

앞으로는 신설된 이 조례에 따라 올해부터 매년 500억여원(취득·등록세의 1.5%)의 자금을 시교육청과 협의해 각급 학교에 직접 지원하게 된다.

4년간의 재임 기간 중 이 조례를 통해 마련된 2000여억원을 먼저 강북지역 초·중·고교의 낙후된 시설을 새롭게 바꾸는 데 투자할 것이다.

특히 EBS에 출연했거나 부교재 개발 등에 참여한 이른바 '스타 교사'들이 강북지역 학교에 배치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이것에 대해 시교육청도 공감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 신설은.

"최근 은평 등 2개 뉴타운에 자사고 2개를 설립하기로 하고 공고를 냈다.

물론 교육 문제는 다른 분야보다 더 신중해야 하고 자사고 설립 문제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생각이다.

그러나 강남·북 격차 해소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을 이끌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금의 평준화 제도는 보완이 절실하다.

서울 동서남북 4개 권역에 1개씩의 자사고는 필요하다고 본다.

2개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경유차의 도심 진입에 대해 교통환경부담금을 물리는 게 또 다른 규제라는 지적이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이고 그 중에서 경유차가 오염의 80%를 차지한다.

경유차 모두에 대해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 홍보한 뒤에도 매연저감장치를 달지 않은 경우차에 한해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매연저감장치는 개인들에게 비용부담이 큰 것도 아니다.

700만원짜리 트럭용 매연저감장치는 정부와 서울시가 95%가량을 부담하고 개인은 5%만 부담하면 된다."

정리=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