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만대 생산 차질에 9조7000억원의 매출 손실.'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남긴 상처들이다.

'100만대,10조원 손실'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12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노조가 지난 19년간 1994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인 결과 이날까지 누적 생산 차질이 총 98만7945대,매출 손실은 9조708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총 파업 일수(부분파업 포함)만 318일에 달한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13일째 계속되고 있는 올해 파업 기간에만 총 4만6954대의 생산 차질과 6459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환율 폭탄'을 맞은 데다 검찰 수사로 인한 경영 공백까지 겹친 상황이어서 노조의 파업 장기화는 경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멈춰선 공장…불어나는 손실

현대차는 12일 울산 아산 전주 공장의 생산라인을 각각 4시간씩밖에 가동하지 못했다.



파업으로 노조원들이 주간조 2시간,야간조 2시간씩만 일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둔 자동차 판매의 최대 성수기인 데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률(하루 20시간 가동)이 20%에 그친 것이다.

현대차 노조원들의 파업 일수는 이날로 13일째.노조원들은 이 기간 동안 매일 8~16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고 주말 특별 근무를 거부했다.

하루 20시간의 근무 시간(주·야간 각 10시간)이 반토막이 된 지 오래다.

형태만 부분 파업이지 사실상 전면 파업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날 하루에만 5652대의 생산 차질과 784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 2,3,4월 있었던 비정규직 관련 파업 손실까지 합치면 생산차질 대수가 5만5951대,금액은 7681억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올해 파업은 작년보다 강도가 훨씬 높아 피해도 크게 늘고 있다.

작년엔 노조가 전면 파업 없이 11일간의 부분 파업을 벌여 4만1889대의 생산 차질과 5795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었다.

올해의 경우 임금 협상만 진행 중이지만 파업 손실이 이미 2004년 임금 협상 때(2631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고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병행했던 지난해의 손실 규모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은 물론 판매와 정비 부문 인력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사실상 전 부문에서 전면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형 아반떼 등의 신차 효과가 파업으로 사라질 판"이라고 말했다.


○노조,경영 위기엔 '나 몰라라'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창립 이후 단 한 해(1994년)만 빼놓고 파업을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초강경 노선을 유지한 채 쉼없는 파업을 벌인 노조는 세계적으로 드물 것"(자동차업계 관계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대차 노조를 분석한 석사 논문이 여러 편 나오고 외국 학자들까지 불러들일 정도로 학계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연구 대상'이 됐다.

현대차는 검찰 수사로 인한 경영 공백을 수습할 틈도 없이 노조의 파업으로 '현장(생산) 공백'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른 때는 몰라도 올해만큼은 현대차 노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환율이 떨어지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3각 파도'가 엄습한 데다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로 그룹 전체가 그로기 상황에 내몰린 사실을 노조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3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로 현대차는 대외 신인도가 급락하고 해외 판매 기반이 붕괴 위기를 맞는 등 초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노조가 올해만큼은 파업을 자제한 채 임금 협상에 임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차의 경영 위기를 심상치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1일자 '현대차그룹의 위기(Crisis)'라는 보고서를 통해 "환율 하락과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현대차의 원가 경쟁력이 약화됐다"면서 "영업 환경이 계속 악화될 경우 품질 개선과 신차 개발에 필요한 재원이 고갈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