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는 12일 지하철과 철도,도심 도로 대부분이 최고 허리 높이까지 물에 잠기는 침수 피해를 입는 등 도시 기능이 마비될 정도의 물난리를 겪었다.

도시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받는 일산신도시 지역도 도로의 대부분이 최고 무릎 높이까지 물에 잠겼다.

일산신도시가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은 1998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고양시의 수해는 근본적으로는 엄청난 폭우가 내린 탓이지만 수해 예방 소홀과 안전 불감증이라는 인재(人災)가 겹쳐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양시 대중교통의 동맥인 일산선 전철의 운행 중단은 공사 중인 문화예술 복합시설인 일산아람누리와 정발산역을 연결하는 공사장이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산아람누리 시행사인 S건설은 지난 5월 중순부터 정발산 역사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가로 6.8m,세로 4m 크기로 굴착 공사를 벌여 역 쪽으로 비스듬히 30m 길이를 파내려 갔다.

S건설은 이어 두께 1m의 역사 벽을 뚫고 직경 30cm짜리 1개,직경 10cm짜리 2개 등 관로 3개를 박아 놓고 3개 관로 입구를 두께 2cm짜리 합판으로 막아 놓았다.

이날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정발산 배수로를 통해 많은 물이 일산아람누리 공사 현장으로 모여들었고 이 물은 다시 S건설이 파놓은 굴착 통로로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합판은 한꺼번에 밀려든 물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깨져 나갔고 물은 문제의 관로를 통해 2시간가량 걷잡을 수 없이 역사 안으로 유입돼 엄청나게 불어나면서 지하 1층에 이어 지하 2층 선로까지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

정발산역을 침수시킨 물은 인근 마두역과 백석역까지 흘러들어 갔다.

시는 이날 오전 6시께부터 비가 호우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배수펌프장 13곳을 단계적으로 풀가동했다.

그러나 이들 펌프장은 대부분 10∼30년 빈도의 강우에 대비한 용량에 그쳤다.

분당 5000t 이상을 배수하는 대화,신평 배수펌프장 등 대형 펌프장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는 비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산=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