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일 '한진중공업그룹'으로 공식 출범하던 부산 영도조선소 비전선포 식장.임직원들 얼굴에는 미래를 향한 강한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지난해 10월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신생 그룹으로서 홀로서기에 나선 만큼 "다시 창업해 일 한 번 내자"는 김정훈 부회장의 축사에 임직원들은 주먹을 내지르면서 파이팅을 외쳐댔다.

그 신호탄은 1개월여전인 2월27일부터 이미 쏘아 올려지기 시작했다.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짓기로 전격 발표했으며 기존 주택 및 건설사업도 확장하고 물류,레저사업에 진출하거나 강화키로 하는 등 새 성장코드와 포트폴리오를 하나 둘씩 내비치고 있다.

자산순위 42위인 한진중공업그룹은 이런 성장행로를 따라 지난해 2조5000억원대이던 그룹 매출액 규모를 올해 3조2000억원대,2010년까지는 8조원대로 불릴 계획이다.

◆필리핀 수빅만에 영도의 혼을 심는다

지난 2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조선소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내 조선업계는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다른 조선업체들이 중국 중심으로 블록(선체 조립용 철구조물)공장을 짓는 등 매우 조심스런 발걸음을 옮길 때 아예 선박을 건조하는 대형 조선소를,국내 업계 처음으로 해외에 짓겠다고 한 발 앞서 치고 나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조선 1번지인 기존의 부산 영도조선소가 비좁자 해외로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중국의 맹추격 등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외형과 내실을 키우려는 병행전략이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만에 확보한 70만평 부지 위에 2016년까지 약 7000억원을 투자,연산 60만DWT(적재중량톤수)급 조선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필리핀 조선소에서 건조할 43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물량까지 수주해 놨다.

◆LNG선 종가(宗家)의 자존심을 찾는다

한진중공업이 주력인 조선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1990년대 중반 아시아 최초로 LNG선 4척을 건조했다가 잠시 중단했던 LNG선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결정한 것.관련 건조기술과 경험이 충분히 축적돼 있기 때문에 해외 수주는 시간 문제다.

한진중공업은 특히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완공하면 LNG선을 비롯 VLCC(초대형 유조선)와 FPSO(부유식 해양원유 생산·저장설비) 등 해양 플랜트의 수주 및 건조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선박은 척당 건조단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이어서 수익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이처럼 건조 선종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 세계 1,2,3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수주량 기준으로 한진중공업의 세계 조선업계 순위는 현재 7∼8위권.

◆새 성장 동력은 에너지·물류·레저사업

한진중공업은 외환위기 직후 형편이 어려워 한진도시가스 지분 75%를 해외 수에즈글로벌에 매각,에너지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하지만 지난 5월 지분 75%를 1340억원에 다시 매입,한진도시가스 경영권을 되찾았다.

한진도시가스를 발판으로 해서 민간 발전시장에도 적극 진출,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 깔려 있다.

땅 부자로 소문 난 한진중공업은 또 인천 율도에 보유한 70만평 부지를 인천광역시의 기본 개발계획과 연계해 인천북항 배후의 컨테이너 물류기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새로 단장한 경기 여주의 골프장인 솔모로CC(옛 한일CC)를 기반으로 레저사업도 육성할 계획이다.

기존 건설사업에서는 그동안 주로 토목이나 SOC(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중점을 뒀으나 앞으로는 수익성이 높은 아파트 건설 등 주택사업 비중을 10%대에서 20%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사업부문 간 시너지 창출이 최대 관건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마디로 "성장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 그룹"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 조선과 건설사업부문의 경우 고유가 지속 등으로 인해 중동에서 넘치는 오일달러를 따 먹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면서 "내부현금 보유 규모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인천 율도 개발,필리핀 조선소 건설 재투자,신규 M&A 등을 통해 장기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각 사업부문들이 얼마나 시너지를 낼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