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모두가 정상에 서는 기쁨을 느끼도록 할 겁니다."

신생 한진중공업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정훈 부회장(63)은 등산 마니아다.

고민이 있거나 안풀리는 일이 있으면 혼자서 산을 찾는다.

각 부서 등반대회가 있으면 초청하지 않아도 어김 없이 나타나 직원들과 어울리곤 한다.

지난 봄이다.

선박 설계실이 지리산 반야봉 등반에 돌입하기 직전이었다.

김 부회장은 중간 중간 쉬겠다면서 몸집이 큰 모 차장을 챙겼다.

하지만 그날은 모 차장에게 악몽이었다고 한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앞조를 따라잡아 쉴만 하면 김 부회장이 "자,출발"이라고 손을 잡아 끈 탓이었다.

직원들은 경영현장에서 엿볼 수 있는 김 부회장의 추진력이 등반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현돼 '애를 먹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전문경영인인 김 부회장은 '친절맨'으로 통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를 대해도 항상 겸손하다.

생산현장 직원,관리부문 직원은 물론 심지어 청소·경비 등 외부 용역 직원들을 만나더라도 늘 90도 가깝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네 상대방이 미안할 정도다.

'열린 가슴,따뜻한 마음'이라는 김 부회장의 슬로건이 행동을 통해 실천되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지난 5월 초다.

필리핀 수빅조선소 건설현장에 파견 나간 직원이 모친상을 당했다.

김 부회장은 그 직원이 필리핀에서 귀국하기도 전에 임직원을 동행하고 상가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해 진한 감동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Mr.출발맨,친절맨'인 김 부회장은 '창조맨'이기도 하다.

경영모토로 '창조경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출범 후 "창조 경영은 임직원 모두를 작은 승리자로 만드는 일"이라면서 창조경영의 핵심으로 가치창조,신뢰창조,미래창조를 강조한다.

김 부회장은 "가치창조는 고객이 구매를 통해 얻고자 하는 혜택이요,신뢰창조는 직원들 간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미래창조는 변화와 혁신,창의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의 발굴"이라고 설명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