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외교가 성과없이 끝났다. 공은 유엔으로 다시 넘겨졌다. 관건은 유엔 압박의 수위. 당초 미국과 일본이 내세웠던 강도 높은 제재보다는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 제시한 '대북 비난 결의안'쪽으로 방향이 바뀌는 듯한 분위기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13일 '북한 설득 실패'를 선언,유엔으로 공을 던졌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이날까지 평양에 머물며 북한을 설득했지만 6자회담 복귀에 관한 확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북한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도 분명한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에서 수위를 낮춘 수정 결의안을 제출,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는 안보리 당사국들의 협상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중·러가 낸 결의안은 미사일 발사행위를 비난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내용만 담긴 '비난 결의안'이다.

일본이 당초 제출했던 '제재 결의안'(군사 및 경제제재 포함)보다 완화된 내용이다.

한마디로 일본 미국이 지지하고 있는 결의안에서 '제재부문'은 쏙 빠져 있다.

표현도 '요구한다'가 아닌 '촉구한다'는 식으로 많이 완화돼 있다.

일본의 '제재 결의안'과 몇 가지 점은 비슷하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북한에 대해 미사일 발사 실험 유예(모라토리엄)를 다시 선언할 것도 촉구(call on)'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부품과 물질 상품 기술의 공급을 막는 데 유의할 것'도 역시 촉구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세 가지다.

중·러의 결의안은 미국과 일본이 중요하다고 밝힌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 △군사 제재도 가할 수 있는 유엔 헌장 7조에 규정된 행동을 승인하자는 것 △북한의 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강제적 제재를 발동하자는 것 등 3가지를 모두 제외했다.

그렇지만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당초 생각했던 '의장성명' 보다 한 발 더 나갔다는 점에서 중국은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중·러의 결의안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물밑접촉을 통해 어느 정도 절충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유엔 주변의 관측이다.

안보리에서 비토당하는 것보다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을 얻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중·러가 제시한 '대북 비난결의안'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당사국 간의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