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미식축구 영웅 하인즈 워드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였다.

워드의 인기는 '미국에서도 자랑스럽게 호환되는 워드 프로그램은 하인즈 워드'라는 유머까지 만들어냈다.

하루 세 가지 일을 하며 아들을 키웠다는 김씨는 그러나 "한국에선 어림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나이든 여성,그것도 피부색이 다른 애 딸린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는 데가 흔하지 않았을 테니 어쩌면 거지처럼 됐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정부 보조금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보수는 적었지만 일할 기회가 있었고 덕분에 혼자 벌어 아이를 키우고 공부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고백이 다시 나왔다.

이탈리아 이민 2세인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대학에서 열린 이민법 주제 상원 현장청문회에서 "아버지는 식구들 부양을 위해 하루 세 가지 일을 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는 게 그것이다.

페이스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고 한다.

"그래도 미국엔 일할 기회가 있었다."

헨리 포드는 '네 손으로 장작을 패라.이중으로 따뜻해진다'고 했다지만 그것도 팰 장작이 있을 때 맞는 말이다.

장작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야 하고.일자리는 단지 일할 기회에 그치지 않는다.

그건 2세를 교육시킬 기회,노력에 대한 보상 기회,꿈을 실현할 기회가 있다는 걸 뜻한다.

마음만 먹으면 일할 데가 있다는 사실은 힘들지언정 남에게 기대지 않고,희망을 갖고,내일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는 것과 같다.

뒤집으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거나 능력 발휘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 앞날에 대한 어떤 설계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 아니라 이구백(이십대 90%가 백수)'이라는 조어가 생겨난 현실은 답답함을 넘어 끔찍하다.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잃고 어쩔 줄 모르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은 개인과 국가 모두에 새로운 세계를 연다.

일할 기회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분배가 있을 수 없는 이유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