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주의 약세 속에서도 지난 7일 상장된 미디어플렉스가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한 달치 예매가 끝난 영화 '괴물'의 투자·배급사란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가가 상승반전했다.

드라마 제작업체인 올리브나인과 초록뱀도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주몽'에 힘입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회상장 규제,실적 부진 등의 여파로 잔뜩 움츠렸던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이처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량주 직상장,CJ 등 대기업의 엔터테인먼트사업 강화,드라마와 영화 히트작 출현 등 호재가 잇따라 '엔터테인먼트주 다시 보기'가 한창이다. 유화증권 최훈 연구원은 "다수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인 데다 하반기에는 업체 간 우열이 가려질 것으로 보여 실적이 좋고 콘텐츠 생산능력이 뛰어난 업체로 투자대상을 압축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우량주 상장,히트작 쏟아져

지난해 이후 우회상장의 부작용으로 주가 급락이라는 홍역을 치른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미디어플렉스와 드라마 제작업체인 팬엔터테인먼트가 우회상장이 아닌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것이 새로운 바람의 출발점이다.

극장체인 '쇼박스'를 운영하는 미디어플렉스는 국내 선두권 영화배급사로 CJ CGV와 함께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업체로 평가받는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제작해 한류 열풍을 몰고 온 팬엔터테인먼트는 올 들어 '인생이여 고마워요''소문난 칠공주' 등을 선보이며 수익성과 성장성을 경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CJ그룹이 맥스MP3와 GM기획이 우회상장한 메디오피아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도 관심대상이다. 대기업인 CJ가 음반 및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면서 엔터테인먼트산업 자체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이번 CJ의 투자가 SK텔레콤의 IHQ와 서울음반 인수에 이어 두 번째 메가톤급 이슈로 꼽는다. KT 등 이동통신사들도 콘텐츠 업체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부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함박웃음이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 제작업체들이 그렇다. 주몽의 제작사들뿐 아니라 SBS에서 방송되는 주말극 '연개소문'의 제작사인 디에스피도 관심주로 급부상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말 허영만 원작 '식객'을 드라마화할 예정인 JS픽쳐스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의 경우 올해 최대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괴물'의 투자사인 세고엔터테인먼트 튜브픽쳐스 등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밖에 온라인 음원서비스업계 라이벌인 소리바다(바이오메디아)와 벅스(벅스인터랙티브) 등도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진입해 관심을 끈다.


◆옥석 가리기 본격화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은 단기적인 '반짝 인기'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상장과 드라마 후광효과 등은 개별 재료일 뿐 엔터테인먼트산업 전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반기에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서고,같은 업종의 기업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등 산업 전체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 주력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실적이 좋아질 업체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우회 상장 열풍이 휩쓸고 간 자리를 채울 재료는 실적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엔터테인먼트 담당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엔 드라마와 영화쪽 업황이 상대적으로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연예인만 보유한 연예매니지먼트업체와 아직도 제도 정비가 진행 중인 음원업체들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의 매니지먼트업체인 IHQ는 SK텔레콤이 최대주주인 데다 하반기에 드라마 등 콘텐츠 생산에 본격 나서면서 펀더멘털(내재가치)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내기주인 미디어플렉스와 올해 10편가량의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인 올리브나인 등도 관심주로 꼽힌다.

또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의 주가에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는 주식 추가 상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자금 조달을 위해 증자는 물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남발한 데 따른 물량 부담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