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국회의원처럼 좋은 요릿집에 다니며 편하게 활동한 것이 아니라 설렁탕집을 전전하면서 토론을 벌여 헌법을 만들었어요.

대통령이나 판·검사 할 것 없이 국민이라면 모두 법을 잘 지켜야 합니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공포한 제헌 국회의원 198명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김인식옹(93).그는 제헌절 58주년을 앞둔 14일 "내 손으로 나라의 기초를 만들어 온국민이 이를 존중하니 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 동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옹은 2004년 제헌의원을 지낸 정준옹이 향년 90세로 별세하면서 동지회의 유일한 회원이 됐다.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김옹은 일주일에 서너 번 서울 종로구 통인동 제헌회관에 나와 그를 찾아오는 손님을 만나고 TV와 신문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챙기는 등 여전히 정정한 정신과 육체를 유지하고 있다.

김옹은 헌법 제정 당시를 떠올리며 "세계 각국의 법전을 찾아가며 어렵게 만들기도 했지만 만든 뒤에는 의원 각자의 선거구로 가 주민들에게 헌법의 취지를 일일이 설명했다"고 회고했다.

김옹은 "당시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좋은 헌법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정권이 바뀌며 역대 대통령들이 아홉 번이나 헌법을 개정해 '누더기'를 만든 것은 마음 아프다"고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6남3녀를 키워내고 지금은 부인 이옥진 여사(86)와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살고 있는 김옹은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세끼를 꼭 먹고 뒷산을 산책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전했다.

그는 "17일 제헌절 기념식장에 내가 나타나면 '저 영감이 아직도 저렇게 멀쩡히 살아 있느냐'고 놀라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한편 권오룡 행정자치부 제1차관은 14일 정부를 대표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헌회관을 방문,김인식 제헌동지회장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위로금과 한명숙 국무총리의 기념품을 전달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