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10년에 세계 시장에서 103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를 꺾고 명실상부한 세계 자동차 업계 1위에 등극할 것이라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도요타의 이 같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55년간 무파업,4년 연속 임금동결,50년 이상 흑자'라는 성적표를 보면 절로 수긍이 간다. 도요타는 작년 한 해에만 109억달러(약 10조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현대자동차의 작년 순이익(2조3146억원)의 다섯 배에 가까운 액수다. 노조파업으로 매년 공장을 멈춰야 했던 현대차와 도요타의 실력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일본 내에서도 "도요타 노조는 일본 경제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한다. 임금을 올렸을 때 예상되는 사회ㆍ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노조가 스스로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처신 때문이다. 최근 사상 최대의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임금 동결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55년 무파업'의 신화는 도요타의 생산성을 수직 상승시켜 경쟁업체를 압도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요타 근로자 1인당 생산대수는 58.4대,매출액은 132만달러다. 현대차의 31.5대,45만달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생산성이다.

특히 임금동결로 풍부한 잉여자금을 마련한 도요타는 작년에만 7조55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입,미래형 신차 개발에서 경쟁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의 작년 R&D 투자비는 도요타의 3분 1 수준인 2조5200억원에 그쳤다.

물론 도요타 노조가 처음부터 '모범생'이었던 것은 아니다. 도요타는 1950년 2차 세계대전 패망에 따른 불경기로 대규모 감원을 추진했고,노조는 50일간 격렬한 파업으로 맞섰다. 노사 충돌 결과 전체 근로자의 25%인 15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임원진도 전원 사퇴하는 아픔을 겪었다. 파업이 노사 모두의 공멸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도요타 노조는 이후 단 한 차례의 파업도 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세계 시장에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원동력은 노조의 무파업과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에 있다"면서 "현대차는 현재 도요타의 길을 갈지,GM의 전철을 밟을지의 기로에 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