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설기현(27.레딩)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레딩FC 유니폼을 입고 첫 실전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설기현은 15일(한국시간) 새벽 프리시즌 평가전으로 치러진 디드코트 타운FC와 원정 친선전에 선발출전해 0-1로 지고 있던 전반 20분 팀동료 브린야르 구나르손의 동점골에 도움을 기록한 뒤 전반전만 소화하고 교체아웃됐다.

레딩은 이날 부상에서 복귀한 레로이 리타가 혼자서 후반전에 4골을 터트리는 활약을 앞세워 무려 9-1 대승을 거뒀다.

디드코트 타운FC는 '서던 풋볼리그'의 디비전1(남부&서부)에 속한 아마추어팀이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출전한 설기현은 전반 3분 팀동료 데이브 키트선에게 정교한 크로스를 연결해 주면서 공격의 활기를 불어 넣었고, 전반 15분에는 케빈 도일의 낮은 크로스를 이어받아 발리슛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디드코트FC는 전반 17분 레딩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이안 콘캐넌이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불의의 일격을 가했다.

설기현의 활약이 시작된 것은 이 때부터다.

전반 20분께 디드코트FC의 오른쪽 윙백의 볼을 가로챈 설기현은 골문을 향해 돌진한 뒤 브린야르 구나르손에게 볼을 연결해 동점골을 뽑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후 기세를 올린 레딩은 전반 40분 키트선의 역전골을 시작으로 전반 44분 도일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3-1로 전반전을 마쳤고, 설기현도 함께 교체됐다.

후반에 교체멤버로 들어온 리타는 후반 1분과 후반 3분에 연속골을 터트린 뒤 후반 17분 해트트릭을 완성한 뒤 후반 27분 자신의 4번째 골을 기록하는 '원맨쇼'를 펼쳤다.

설기현은 이날 골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레딩 홈페이지가 "설기현이 미드필더로 나서 인상적인 데뷔전을 펼쳤다"고 칭찬할 정도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레딩FC의 스티브 코펠 감독은 이날 21명의 선수를 전원 기용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고, 설기현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설기현은 경기를 마친 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선수가 새로 오면 대부분 패스를 잘 안 해주는데 레딩 선수들은 패스도 잘 해줘서 느낌이 좋았다"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코펠 감독도 "설기현이 아직 낯선 환경에서 적응 과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만족스럽다"며 "패스와 드리블이 좋고 크로스도 날카롭기 때문에 아직 설기현의 포지션은 유동적"이라고 멀티플레이어로 기용할 의사를 시사했다.

한편 2천100여명의 축구팬이 운집한 경기장에는 레딩의 팬들도 대거 몰려왔고, 전반전을 마치고 레딩의 팬 뿐만 아니라 디드코트의 팬까지 설기현에게 다가와 사인을 해달라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설기현은 이날 다른 선수와 유니폼을 바꿔 입고 등번호 11번으로 나와 잠시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설기현은 이날 오후 11시 예정된 브롬리FC 평가전에는 출전하지 않으며 20일 오전 3시45분 예정된 러시덴과 평가전에 나설 예정이다.

(런던 서울연합뉴스) 방상열 통신원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