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격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자국 병사 납치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공세를 시작한 지 나흘 째인 15일 베이루트 중심가를 처음으로 폭격하는 등 헤즈볼라 거점시설을 분쇄하기 위한 총공세를 펼쳤다.

또 헤즈볼라는 미사일로 이스라엘 영토 깊숙한 곳을 타격하는 것으로 맞섰다.

양측 간의 확전으로 인해 무고한 인명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각국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사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레바논 사태는 계속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총공세..인명피해 급증 = 이스라엘 군은 이날 헤즈볼라의 이익시설에 대한 공습작전을 계속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오후 베이루트 중심가에 위치한 항구와 등대 시설을 공습해 시설 일부를 파괴했다.

이날 공습을 받은 항구는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에서 불과 수 백 m 떨어진 곳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스라엘 군은 또 베이루트 남부지역과 동부 도시인 발베크의 헤즈볼라 관련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고, 베이루트-다마스쿠스 연결 고속도로 상에 남아 있던 유일한 교량 한 곳도 이날 파괴했다.

이 공격으로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

이날 최악의 인명피해는 이스라엘과 접경한 레바논 마을 마르와힌에서 발생했다.

이스라엘 무장헬기는 피난길에 오른 민간인 차량 2대에 미사일을 발사해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8명을 죽였다.

압델 모흐센 후세인 마르와힌 시장은 알-아라비야 방송에 피해주민들은 단지 공습을 피해 다른 곳으로 대피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군은 성명을 통해 애초 헤즈볼라가 미사일 발사 기지로 활용하는 곳을 공격하려 했다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스라엘 군은 그러면서 민간인들을 결과적으로 위험에 빠뜨린 것은 자국에 로켓 공격을 가하는 헤즈볼라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시작된 후 레바논인 100여 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부상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스라엘 군은 15일 하루 동안 헤즈볼라 본부와 방송국 및 교량 등 헤즈볼라 관련 시설 44곳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스라엘 군은 이날 시리아는 공격목표가 아니며 레바논 내 지상작전도 오래 끌 계획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주변국으로의 확전을 피하면서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세를 집중적으로 펴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헤즈볼라 반격 = 14일 중거리 미사일로 레바논 연안에서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 전함을 공격했던 헤즈볼라는 15일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 남쪽으로 35㎞ 떨어진 이스라엘의 티베리아스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국경지대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지중해 연안 도시인 티베리아스가 공격받은 것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처음이어서 이스라엘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 관리들은 헤즈볼라는 텔아비브까지 닿을 수 있는 사정 100∼200㎞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스라엘 군은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북부 도시 하이파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쪽에서는 지금까지 군인 11명과 민간인 4명 등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이란 신경전 =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이란과의 본격적인 신경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최정예 혁명수비대원 100여 명을 파견해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압박공세를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또 14일 헤즈볼라가 자국 군함을 타격해 실종 3명을 포함해 4명의 인명피해를 야기한 미사일이 이란에서 제작된 C-102 유도 미사일이라며 이란이 이번 사태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군은 애초 자국 함정을 타격한 것이 폭탄을 적재한 무인항공기라고 추정했었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그러나 이스라엘의 주장은 억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원을 트집 잡아 시리아를 공격할 경우 "통렬한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해 이스라엘의 주장은 이번 싸움에 이란이 휘말려들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사회 분열 =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한 G-8 정상회담에 레바논 사태가 주요 의제로 오른 가운데 지구촌의 두 강대국 정상인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폭력을 막는 최선의 길은 폭력이 시작된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며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해 이번 사태가 촉발됐음을 지적하면서 헤즈볼라와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를 사태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납치나 주권국가 공격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를 비판하면서 "무력사용은 균형있게 해야 한다"며 무차별적으로 레바논 공격을 감행하는 이스라엘도 비난했다.

레바논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카이로에서 긴급 소집된 아랍권 외무장관 회의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과 헤즈볼라를 편드는 국가 간의 의견 대립으로 파행했다.

사우드 알-파이살 사우디 아라비아 외무장관은 회의에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를 예기치 못한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중동 전체의 상황을 수 년 전으로 퇴보시킨 헤즈볼라의 납치공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이라크,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 발언을 지지했으나 시리아가 주도하는 사우디 반대 그룹 국가들이 이 발언을 규탄하고 나서 아랍권의 분열을 노출했다.

아랍권 외무장관들은 결국 중동평화 과정의 폐기를 선언하면서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다뤄줄 것을 요청하는 성명을 채택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