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레바논 내 헤즈볼라(시아파 민병조직)와의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5일 베이루트 중심가를 처음으로 폭격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으며 헤즈볼라측도 이스라엘과의 '개전'을 선언했다.

중재에 나서야 할 국제사회는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전면전 돌입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세를 시작한 지 나흘째인 지난 15일,베이루트 중심가에 위치한 항구와 등대 등 헤즈볼라 관련 시설 44곳을 폭격했다.

베이루트 남부 지역과 동부 도시 발베크에 대해서도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베이루트와 다마스쿠스를 잇는 고속도로 상의 유일한 교량 한 곳도 이날 파괴했다.

AFP는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시작된 후 레바논인 100여명이 사망하고 250여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14일 "이스라엘이 전쟁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전면적 항전을 선언했다.

헤즈볼라는 다음 날인 15일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진 이스라엘의 티베리아스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국경지대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지중해 연안 도시인 티베리아스가 공격받은 것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처음이어서 이스라엘도 바짝 긴장했다.

16일에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접경지대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이스라엘 3대 도시인 하이파를 로켓포로 공격,최소 9명의 이스라엘 인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열상 보이는 국제사회

국제사회가 개입해 달라는 요구는 레바논에서 먼저 나왔다.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15일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열한 집단 응징'이라며 유엔 감시하의 정전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상반된 데다 프랑스는 이란이 핵문제를 둘러싼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번 사태를 조장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각국이 제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레바논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카이로에서 긴급 소집된 아랍권 외무장관 회의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헤즈볼라를 편드는 국가(시리아 등) 간의 의견 대립으로 파행을 보였다.

중동 불안이 고조되자 각국 정부는 레바논 거주 자국민과 관광객들을 인근 시리아와 키프로스로 대피시키고 있다.

영국은 자국민 대피를 위해 군선박 2척을 중동지역으로 급파했다.

스페인은 이미 자국민 116명을 군 수송기로 마드리드로 공수하는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들을 키프로스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국방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